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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보여준 화해 제스처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가장 큰 빅뉴스는 우리 선수단의 금메달 소식도, 종합 2위 달성도 아니었다. 폐막식인 10월 4일 북한 정권의 최고실세 3인방의 전격적인 인천 방문이었다. 이들의 방문소식은 하루 전인 3일 북측의 통보를 통해 긴급히 이뤄졌고, 4일 오전 9시경 평양에서 출발해 서해직항로를 거쳐 9시 52분 인천에 도착했다.

우선 우리는 인천을 방문한 세 명의 인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황병서는 명실공히 북한 내 권력 2인자 자리인 인민군 총치국장을 맡은 인물로서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와도 친분이 깊고 김정은의 성장과정을 계속 지켜본 친김정은계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최룡해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최현의 아들이자 김정일과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최고의 엘리트 자제로서 김정은 집권 초기 당과 군의 요직을 두루 걸치며 김정은의 특임을 받고 활동하는 요주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 임명되어 체육정치를 이끄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2007년부터 대남사업 분야를 총괄해온 최고책임자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작년 남북고위급회담 무산 당시 소위 급(級)의 문제로 우리 남측이 줄기차게 요구하던 대남전략의 최고책임자이다.

이번 방문은 김정은 특유의 즉흥적인 의사결정 방식,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남측의 보안문제를 우려해 경호원을 대동하고 온 점, 그리고 이동수단으로 김정일의 제1호 전용기를 사용했던 점으로 보아 하나부터 열까지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고 권력 실세 3인방이 동시에 방문한 이번 퍼포먼스는 북한 김정은 체제와 통치시스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통치술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 언론으로부터 김정은의 건강이상설 등의 부정적 여론이 흘러나가자 국제사회에 다시금 북한의 위용을 과시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미국, 러시아 인접 강대국들과 특히 3차 핵실험 이후 악화된 북중관계의 개선을 꾀하려는 평화적 시위로도 보인다. 더욱이 아시안 게임 폐막식이 열리던 이날은 10·4선언 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또한 아시안게임 7위라는 성공적 성과를 대내에 활용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내부결속과 단결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새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한편 황병서가 군복을 입고 온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유독 홀로 군복을 입고 온 것을 두고 남한에 위압감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군 최고 책임자의 해외순방 시엔 군복을 입고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군복을 입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 수장들의 오랜 전통일 뿐만 아니라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북한 내 최고위급 인사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징적 차원의 의미라 볼 수 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만남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아마도 김정은 제1비서는 권력 실세 3인방을 폐회식에 참석시켜 박 대통령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의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세 3인방이 서울로 찾아가 대통령을 만나는 모양새는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가라는 당초 북측이 내세웠던 명분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설령 만나더라도 사전 준비작업이 없어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내기도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비록 정치 의제가 아닌 체육행사로 가벼운 만남을 가졌지만 남북의 최고위급 인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나 인사를 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은 남북관계사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남북 실무진들의 여러 접촉과정 없이 고위급 인사들끼리 손쉽게 2차 고위급회담 일정을 합의한 점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 볼 수 있다.

   
 

이제 남북관계 개선의 공은 우리에게로 넘어와 있다. 향후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은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희망할 것이다. 우리측이 제시하는 이산가족 상봉재개, 납북자 석방과의 일괄타결방식 협상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 어짜피 대화의 상대방은 미국이나 중국, UN도 아닌 바로 현 북한이며 무엇보다 이들 권력 3인방인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보다 담대하고 과감하게 남북대화를 비롯한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과감한 대응조치에도 우리 정부가 소극적이라면 빠르게 변하는 동북아 국제질서 내 우리의 입지가 좁아질 뿐만 아니라 도리어 국제여론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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