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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축구만 잘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독일 대표팀의 우승은 축구에서 기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독일 대표팀은 개개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의 뒷받침 아래 정확한 패스와 공간 활용으로 안정된 게임을 운영하는 가운데 기회만 오면 거침없는 대담성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상대를 위협하였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7점이라는 점수가 난 것은 의외라고 할 만하지만 정작 득점 장면을 보면 하나도 특이한 것이 없다. 정상적인 플레이의 힘이랄까, 적절한 패스에 이은 슛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머지 시원시원하다.

기본과 개방의 저력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 또한 볼만했다. 경기 초에 핵심 선수가 부상으로 나가면서 애초 작전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였지만 다시 조직을 정비하고 빈 곳을 메꾸는 조치라든가, 상대팀 스타플레이어 메시의 현란한 돌파를 저지하고 결국 연장전까지 가서 최연소 대표인 괴체의 득점으로 승리를 거머쥐는 과정까지, 축구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눈에도 독일대표팀은 재주를 피우지도 요행을 바라지도 않으면서 각자가 할 일을 수행하는 성숙한 플레이어들처럼 보였다. 독일이 이번 월드컵을 위해 이민자 출신을 다수 포함한 가히 다민족팀이라고 할 만한 대표팀을 구성하였고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 개방성과 혁신성이 월드컵 무대에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독일과 한국의 축구를 비교하는 마음은 쓰라리지만 결승전을 관람하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보면서 축구만이 아니라 정치를 대비하면 더 그렇다. 두 나라 모두 보수파의 여성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지만, 독일의 지도자가 좌우를 통합하여 연정을 펼치는 화합의 정치를 구현하는 반면, 한국의 지도자는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는 배제의 통치를 능사로 한다. 특히 전자가 국민의 바람에 따라 자신의 소신을 바꾸어 핵발전소 폐기까지 결정한 데 비해 후자가 불통의 대명사가 된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국과 독일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축구보다도 더 큰 격차를 느끼며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뼈아프게 되씹게 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대학교육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실질적으로 세계 최고의 고액 등록금을 내고 교수 부족에 운영도 엉망인 부실한 대학에 대부분 다니지만, 독일의 대학생들은 학비 전액을 국가가 대주는 반듯한 대학에 재학한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다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졸업요건을 채우려고 아등바등하며 학교에 다니지만, 독일의 대학생들은 당당하게 대학 운영에 참여하고 교수 및 직원과 대등하게 민주적인 거버넌스의 일원을 이룬다.

전폭적으로 지원하되 운영은 자율에
한국의 대학 80% 이상이 사립이고 그 대학들 대다수가 족벌경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전근대적인 대학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렵다. 독일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면서 운영은 구성원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지원은 쥐꼬리만큼 하면서 (소수의 국립대에 대한 지원조차 운영비의 38%에 불과해서 외국 기준으로는 국립대 축에 끼지도 못한다), 대학에 대한 강압에 가까운 통제를 일삼는다.

더 열거하기도 수치스러울 정도의 열악한 구조를 그냥 두고 세계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외치니 그런 공염불이 없는데도, 서로 경쟁하라고 교수들과 대학들을 다그치고 뒤처지는 대학들이나 교수들은 쫓아낸다고 위협한다. 과연 창의성이 어느 나라에서 나올까 전폭 지원하되 자율성을 보장하는 독일이겠는가, 쥐꼬리 지원에 통제를 능사로 하는 한국이겠는가. 우수한 고등교육 인재들은 어느 쪽에서 배출될까. 스펙 쌓고 점수 채우랴 등록금 벌려고 아르바이트하랴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 대학생이겠는가,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하고 대학 경영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독일 대학생이겠는가.

   
 

축구를 더 이상 탓하지 말라. 축구는 그만하면 잘했다. 독일 축구에서 배워야 한다고도 말하지 말라. 독일은 축구만 잘하는 나라가 아니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윤지관  jkyoon@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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