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이충무공을 고대하며

특정한 집단이나 사회를 앞장서 거느리고 이끄는 사람. 지도자의 사전적 정의다. 앞장서서 이끈다는 것은 그만큼 믿고 따를 만한, 흠모하고 존경할 만한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에 진정한 지도가가 있기는 한 것일까.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각 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자격논란을 보면서 드는 한숨 섞인 생각이다.

지금 시국은 심각한 위기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부실은 대한민국호의 참사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계속된 남북관계의 단절과 긴장은 언제 어디에서 도발이 발생할지 모르는 항시 위기 상태로 대한민국을 몰아넣었다. 거기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한미일의 전략적 공조는 중국과 북한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반도를 항시 전쟁 위협상태로 만들고 있다.

국민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데도 국민들을 안심시켜 생업에 전념하게 할 책임이 있는 지도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지도자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허트러진 과거 행적, 그에 대한 합리화로 국민들의 공분만 자아내고 있다. 국민 불안은 이런 ‘위기’ 때문이 아니라 위기를 수습하고 뚫고나갈 지도자가 없어서다. 이 시대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여! 지금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거울로 자신들의 모습을 성찰하시라.

“오호라 공은 필연 상제께서 보내신 천사로 수군의 영문으로 내려오사 그 수고하심과 그 흘리신 피로 우리의 생명을 바꿔 구제하신 후에 홀연히 가셨으니 우리 백성이 이충무공에 대하여 가히 통곡할 만한 자 세 가지니 우리 백성이 이충무공에 대하여 이 정이 없기가 어렵도다.”(신채호 작품집 중 ‘슈군의 뎨일 거룩한 인물 리슌신젼’ 중에서)

   
▲ 오는 7월말 개봉하는 영화 <명량> 포스터.

명랑대첩에서 거대한 왜의 함선들과 일전을 벌이던 도중 적의 탄환에 비명을 달리한 이충무공에 대해 당시 백성들의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담아 신채호가 쓴 추모사다.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혼신을 바쳤던 이충무공을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 ‘그 수고와 피로 우리의 생명을 바꿔 구제하신 후에 홀연히 가셨으니’라고 묘사하고 있다. 마치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셔서 모진 고난과 죽음당함을 겪어야 하셨던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키는 구절이다. 이충무공에게 그냥 영웅이 아닌 ‘거룩한 영웅’이란 뜻의 성웅(聖雄)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충무공이 적수공권과 다름없는 초라한 병력으로 거대한 왜적 함대를 물리치고 백척간두의 조선을 구할 수 있었던 데는 훌륭한 장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운(鄭運), 어영담(魚泳潭), 이억기(李億祺), 송대립(宋大立)과 희립(希立), 류형(柳珩), 정경달(丁景達) 송여종(宋汝淙), 이영남(李英男), 황세득(黃世得)…. 하나같이 임진왜란에서 용맹을 떨치고 신임을 받았던 이들 장수들은 또한 하나같이 무명의 장수들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이 임진왜란에서 용감무쌍함을 떨치게 되었을까. 신채호는 이충무공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의 죽고사는 것을 하늘에게 붙이는 고로 칼날이라도 능히 밟으며 물과 불이라도 능히 들어가며 호혈(虎穴)에라도 들어가나니 만일 이 죽고 사는 일관(一關, 한 관문)을 벗어나지 못하면 비록 신묘한 묘략이 있을지라도 겁이 많아서 그 모략을 능히 행치 못할 것이오 정예한 군대가 있을지라도 그 기운이 약하여 그 군사를 능히 지취하지 못할지라.”

죽고사는 일은 하늘에 맡긴 채 오로지 비참에 처한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자신을 송두리째 바친 것! 거기에 이충무공의 장병들은 용기를 얻었고, 자신들도 초개처럼 아낌없이 왜적들과 싸우고 마침내 백성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탄에 빠진 국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지금 이충무공들을 열렬히 고대하고 있다.

*이 글은 도서출판 토기장이가 발행하는 월간 <편지> 7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관련기사 icon울돌목과 팽목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