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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밀월관계,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과 일본 간의 밀월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6일~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일 협상 합의문에 따르면 두 나라는 ‘조일(朝日)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현안을 해결하며 국교정상화를 실현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일본은 대북제재를 풀고, 식민피해 배상을 검토하며, 북한으로서는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강의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념적, 역사적 갈등으로 반세기 이상 서로를 헐뜯고 지냈던 두 국가의 관계가 급진전되다보니 일각에서는 이를 ‘정치적 불륜’이라고까지 표현하곤 한다. 이러한 밀월관계의 배경에는 철저히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사실 북한이 일본을 택한 것, 그리고 일본이 북한을 택한 것은 이들 내부의 국내사정으로 보아서도 상당한 무리수였다. 북한은 여타의 사회주의 국가에서처럼 미제, 일제와 같은 제국주의 투쟁노선을 현 북한의 집권세력인 조선로동당의 정당성과 정통성의 가장 중요한 근거이자 체제유지의 기제로 삼고 있다. 일본 또한 북한문제에 대한 한미공조와의 균형을 맞춰야 할 입장이고 한미일 군사협력이 논의되어가는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미아격인 북한과 손을 잡는 것은 일본 내 정서에도 반하는 여간 불편한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선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노선에 주요원인이 있다. 일본의 우경화는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일본 내 장기간의 경기침체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폭파 이후 일본사회 내 자리잡은 일본인들의 내적 상실감을 달래고 자존감 회복의 필요로 마련된 정치적 레토릭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베의 우경화 노선은 주변국가들과 역사적, 영토적 분쟁의 소지가 되어 일본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일본은 중일, 한일간의 관계개선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돌파구로 북한을 택한 것이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는 새 지도자 김정은의 집권 이후 스스로의 존재감을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인민경제 회복과 리더십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취임 이후 중국에 먼저 문을 두드리게 된다. 김정은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방중을 위해 중국에 초청장을 요청하는 등 관계복원의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초청거절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왔다.

이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동북아 내 또 다른 힘의 축인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지를 보이게 된다. 김정은은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하는 등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으나 성과가 없자 올해 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성사시키는 등 대남관계로 다시 채널을 전환하게 된다. 그러나 ‘선핵폐기론’과 ‘전략적 인내’를 고수한 한미공조의 높은 벽에 막히자 북한은 우여곡절 끝에 차선책인 일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북일관계 정상화를 통한 북한과 일본의 전략적 계산은 더욱 복합적이다. 먼저 북한은 일본을 마중물로 활용해 북미관계의 진전 및 협상재개를 노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움직여야 UN대북 금수조치 해제를 비롯해 자유롭게 무역과 자금거래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황금평, 신의주 등 접경지역 개발에 대한 중국 당국의 관심이 지지부진하자 작년 발표한 13개 경제관리특구 개발사업을 통해 외자유치의 다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이는 러시아, 일본의 외자유치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은 대(對)중국 무역의존도가 90%에 이르는 경제편중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에 교역대상의 다변화는 절실한 문제였다. 북일관계 정상화도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지렛대로 북한을 활용하려 한다. 또한 일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화두인 북한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추후 다양하게 전개될 6자회담 내지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협상에서의 이니셔티브를 선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본은 중국의 대북한 경제독점화, 북러간 에너지, 시베리아 철도사업 등과 발맞추어 북한 내부로의 경제적 접근 및 참여의 기회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무엇보다 북일이 가까워진 계기는 최근 한중공조와 시진핑의 한국 방문에 따른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현 한반도 주변정세와 국제질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각축장이었던 19세기 말의 상황과 유사하다. 다만 지금은 무력이 아닌 경제와 자원경쟁에 혈안이 된 또 다른 파워게임의 양상이 동북아 거대한 체스판의 한 복판, 우리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 또다시 우리가 국내적 정견과 소모적 이념대립에만 혈안이 되어 자칫 정신줄을 놓는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주변 패권국들의 먹잇감이 되어 경제식민지 100년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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