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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관(言官)이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

다산의 정치론을 읽다 보면 그의 뛰어난 아이디어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관각(館閣)이나 대간(臺諫) 제도를 통해 임금의 잘못을 규탄하고, 고관대작들의 잘못을 파헤쳐 탄핵하는 일은 세상없이 좋은 제도로 칭찬받았지만, 다산은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관각이나 대간 제도를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그런 제도는 당장 폐지하자는 독특한 주장을 폈습니다. 그의 「직관론(職官論)」이라는 글에 그의 폐지를 주장한 이론이 자세하게 전개되어 있습니다.

"대저 이른바 관각이나 대간의 관직이란 옛날에는 없었던 것인데 후세에 어떤 지방에서 패자(霸者) 노릇을 하던 자가 즐겨 만들었던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런 제도의 고경(古經)이나 요순시대의 제도에는 있지 않았는데 뒷세상에 와서 만들어졌다면서, 우선 그런 제도의 정통성부터 부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홍문관이나 규장각 등의 선택된 관각의 관원들이나 사헌부·사간원의 간쟁기관 벼슬아치들만 국왕이나 고관대작 및 관원들의 잘못함을 비판하고 탄핵할 권한을 주는 일의 부당함을 통박했습니다.

그들은 숫자도 한정되었지만, 행여 그들이 직무수행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이냐 라는 염려를 열거했습니다. “관각이나 대간의 관직을 없애야만 나라가 다스려질 것입니다. 그래야 백성들이 편안해지고, 임금의 덕(德)이 바르게 되며, 백관(百官)들이 직무를 잘 수행하며 기강(紀綱)이 바로 세워지고 풍속이 돈후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하여 관각·대간의 제도를 폐지해야만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직책이 없는 조정의 모든 신하들은 아무리 우수한 능력이나 비판정신을 지니고도 간쟁의 임무에 참여할 수가 없으며, 그런 직책이 없는 수많은 관원들은 아무리 우국충정이 마음속에 깊이 쌓이고 맺혀 있더라도 감히 한마디 말도 입 밖에 내어 의논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도 못하고 말하려는 뜻조차 두지 않는다고 그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이리하여 온 세상이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키어 다시는 자신의 지위를 벗어나지 않으니, 온 나라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 이것보다 더 심한 것이 있겠는가"라는 결론을 내리고, 조정의 모든 신하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임금이나 여타의 벼슬아치들이 잘못하고 바르지 못한 일을 할 때는 주저 없이 비판하고 탄핵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어떻습니까. 민주주의 국가라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있고, 결사의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얼마나 비판과 탄핵의 자유가 보장된 세상입니까. 실제 세상의 속내는 어떻습니까. 과연 언론의 자유가 진실로 보장받고 있는가요. 방송이나 신문이 마음대로 권력을 비판하고 재벌을 비판할 조건들이 갖춰진 상태인가요. 감사원이나 감독기관들, 독자적인 자율권을 보장받아 자신들의 의지와 뜻대로 비판하고 탄핵할 수 있었던가요. 일반 백성들이나 정부 밖의 사람들로서 권력의 내부나 정부 부처 및 관공서들의 잘못을 알아낼 방법이라도 있는가요. 다산의 주장을 오늘에 적용한다면 내부자 고발의 제도를 확대 개편하여 내부자들이 신분과 직위를 보장받는 법률적 보호 아래 내부의 잘못과 비리를 과감하게 고발하는 제도의 수립밖에 없을 듯합니다. 관각·대간 제도를 폐지해야 나라가 제대로 되듯이, 내부자 고발의 활성화만이 나라를 바르게 세우리라 믿어집니다.

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박석무  e_da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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