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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양

남을 위해 목숨, 재물, 명예 등을 버리거나 바치는 것. 희생(犧牲)의 사전적 뜻이다. 그렇다면 희생양(犧牲羊)은 남을 위해 버리거나 바쳐진 양을 뜻하리라. 희생양, 그것은 구약시대의 제사법이자 신약시대의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지금은 희생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재난, 전쟁, 사건, 사고 등 사회를 술렁이게 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번번이 희생양이 있었다.

먼 딴 나라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한국전쟁 직전 제주도를 비롯한 남한 전역에서 발생했던 4·3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등은 정치·사회적 불안을 ‘빨갱이’에게 전가시킨 대표적인 사건이다. 정치와 이념의 표적이 된 무고한 우리 양민들이 우리 군에 의해 무참히 죽어갔다. 한쪽은 이념의 가해자였고 한쪽은 이념의 희생양이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은 전두환 신군부가 자신들의 불법 쿠데타에 대해 전국적인 반대시위가 번지자 광주를 희생양 삼아 반대 목소리를 잠재운 사건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이 보여준 용기는 전국의 양심들을 일깨웠고, 광주는 한국현대사의 십자가로까지 기록돼 있다.

이번 세월호 희생은 선박, 해경 관계자들의 무책임, 정부의 무능력이 빚어낸 참극이지만 대한민국의 모순을 집약해서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관계와 기업의 유착, 사람보다 돈 우선의 가치, 생명보다 정권안위를 더 우선시 여기는 당국 등등…. 5월 20일 향린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위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시국기도회’에서 한 참석자는 이렇게 기도했다. “한국교회가 뼈가 어스러지고 수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어린 학생들만 희생양이 됐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교회에까지도 참회와 회개,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실종자 18명 포함), 그들은 누구인가. 총체적 부실덩어리 대한민국을 대신해 죽어간 희생양,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죽음으로 보여준 희생양, 어서 빨리 민주화되고 통일된 조국이 되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걸 말해준 희생양들이다. 이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민주화되고 투명한 대한민국, 사람 사는 대한민국, 통일된 대한민국이 될 것을 확신한다.
예수님도 희생양이셨다. 당시 정치적·종교적 위협 앞에 국면 전화이 필요했던 이스라엘 종교지도자들의 희생양이셨고, 여론의 인기를 외면할 수 없었던 로마 총독의 희생양이셨고, 인류의 죄악을 묵과할 수 없었던 하나님의 희생양이셨다. 그가 희생했기에 이스라엘 종교지도자들은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가 십자가에 달렸기에 로마 총독은 정치적 지위를 견고히 할 수 있었고, 그가 죽었기에 우리는 죄와 죽음의 공포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 지난 4월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에 침몰해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각자 주일 예배를 드리는 마음가짐이 있을 거다. 필자의 경우 제단(祭壇)을 연상한다. 주일 예배 단상에 놓인 십자가를 우러르며 하나님 나라, 그리고 민족 통일의 제단에 나를 드리는 각오를 다진다. 그것은 나의 신앙 고백이자 비전에로의 다짐이다. 윤동주의 ‘십자가’에서처럼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감히) 허락’되기만 한다면 얼마나 행운일까. 얼마나 영광일까. 희생양이 된다는 것은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에 참여하는 거룩한 일인 것이다. 무릇 신앙인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희생양 되기를 피하지 말고 오히려 기도하고 바라고 힘쓸 일이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이사야 53장 5~6절).

*이 글은 토기장이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편지>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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