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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총기사건, 누가 가해자인가?

얼마 전 5명의 사망, 7명의 부상자를 낸 임병장 GOP 총기사건은 우리 국민들을 다시 한 번 침통케 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군내 총기사고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 세월호 사건에 연이어 벌어진 참사란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특히, 군대 사고는 특히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은 꽃다운 청춘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이르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여서 더욱 뼈아픈 법이다. 출산율 1.25명의 우울한 이 시대의 지표가 말해주듯, 잘 키운 아들을 군대에 보낸 우리 부모들의 마음 또한 한 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질 것이다.

이 사건 GOP 총기사고의 가해자는 임모 병장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동료와 상관에게 총을 겨눠 12명의 사상자를 낸 임병장은 군형법 상 ‘초병살해죄’와 ‘상관살해죄’에 해당하는 중죄로 군형법에 의거 사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을 한 개인의 우발적 범행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 군대 총기사고인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신세대라 불리는 20대 초반의 우리 젊은이들이 자라온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최근 우리사회의 모습들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병장이 전역을 불과 3개월 남겨놓고 이렇게 끔직한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다름 아닌 ‘왕따’와 ’계급열외‘ 문제였다고 한다. 계급열외는 군대 내 계급체계에서 벗어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후임병으로부터 선임병 대접을 못 받거나 투명인간처럼 후임병들이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임병장의 증언에 따르면 간부들까지 이러한 분위기를 묵인·방조했다고 한다. 전방 계급체계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생명인 군대 내에선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그곳은 북한과 대치 중인 최전방 GOP부대였다.

사실, 임병장은 이미 고등학교 2학년 재학 도중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중퇴한 경험이 있다. 이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방송통신대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방통대에서도 그의 존재를 알고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는 임병장이 평소 자기중심적이고 단체생활에 익숙지 못한 성품임을 짐작케 한다. 머리숱이 적고, 마른 체구의 임병장은 자신을 ‘해골’, ‘말라깽이’라 부르는 부대원들에게서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다가 근무초소 내 자신을 묘사한 해골 그림을 보고, 임병장은 격분하여 범행을 결심한 것이다.

국방부가 군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 척결을 시도했던 1974년 이후, 이제 군대에선 구타가 공개적으로는 물론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선임병이 구타를 시도했다간 후임병이 상부에 고발하기 일쑤이며, 구타사실을 묵살했다간 선임병 본인도 처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틈타 이제 군대 내 ‘구타’와 같은 유형적 폭력의 자리에 어느덧 ‘왕따’라는 무형적 폭력의 범죄가 자리하게 되었다.

우리는 먼저 ‘구타’뿐만 아니라 ‘왕따’도 개인의 주관적·심미적 감정에 손상을 가하는 무형의 범죄란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임병장과 같은 이러한 ‘왕따’사건은 ‘구타’사건과는 다르게 외견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도현상을 낳는다. 또한, 그 폭발력과 피해규모는 임병장의 총기사건에서와 같이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며, 세심히 관찰하지 않고서는 잘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이를 강제한다고 쉽게 근절되지도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십여 년 전부터 일본 사회에서 만연했던 ‘왕따’ 또는 ‘이지메’는 속도에 친숙한 경쟁체제, 획일화와 몰개성화라는 대중주의 속에서 피어난 악마적 산물이다. 이는 나와 다름을 인정할 수 없는 관용과 배려의 결핍, 그리고 고립에 대한 두려움과 심리적 불안정성에 기인한 현대인들의 억눌린 자화상이다. 물론 관계성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이며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임병장과 같은 소수인은 사실 우리 주변에도 널렸다. 제2의, 제3의 임병장이 군대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임병장 총기사건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를 묻게 된다.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 관계형성이 어려운 경쟁학습, 가정교육과 위계질서에 취약한 편부모, 한 자녀 가정, 그리고 부모의 일방적 과잉과 맹목적 사랑이 이러한 ‘왕따’를 부르고, 이내 임병장과 같은 악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임병장 총기사건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달리 말하면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 사건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이 시대, 세월호에 이어 GOP총기사건까지 계속해서 우리의 자녀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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