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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64일째입니다.” JTBC 손석희 앵커의 9시 뉴스나인 오픈 멘트다. 곧이어 그날 이후 늘 그랬던 것처럼, 진도 팽목항에 있는 서복현 기자를 부른다. SNS에서는 서복현 기자를 교대해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나온다. 64일째. 하얀 목련이 뚝뚝 지던 어느 봄날이었는데, 이제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카트리나 모멘트, 스푸트니크 쇼크, 세월호

지방선거 전에는 세월호 참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기도 했었다. 이른바 카트리나 모멘트(Katrina Moment)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동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즈가 물과 슬픔에 잠겼다. 늦장 대응했던 부시 정부의 무능과 공감부족이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의 높았던 지지율은 하락으로 반전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여당은 큰 불만이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선거철도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가 잊힐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참사를 겪으며 품었던 반성과 다짐이 월드컵 열기에 휩쓸려 갈까 우려한다. 거리 응원에 앞서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취지도 알겠다. 사고가 발생한 때 한소끔 들끓다가 세월이 지나면 망각하고, 같은 원인으로 유사 사고가 재발한다면 개탄할 일이다.

그런데 잊을 수 있을까 그저 남 일이라 잊어버린다면, 참사의 원인은 제거되지 않은 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가 또 다른 참사로 내게 나타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세월호를 또 기억할 수밖에 없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간절히 요구하면서도, 한편으론 ‘차라리 잊을 수 있다면!’ 하는 심정일 것이다.

   
▲ 해마다 봄이 되어 목련이 필 때면 어찌 잊을 것인가 4.16을.

하나의 충격이 바람직한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가 한 예이다. 1957년 10월 소련이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과학기술과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를 자부하던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냉전 대결의 상대국이었던 소련의 인공위성이 머리 위를 지나다니다니. 미국은 항공우주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교육과정과 내용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와 개혁을 단행했다. 이후 과학기술과 교육에 관해 말할 때, 스푸트니크 쇼크가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한다.

토목 분야에 종사했던 지인은 말한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통해 용접 방식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세월호 참사에서는 과적을 위해 일부 평형수를 뺀 것이 치명적 원인으로 주목된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히 최소한 안전과 재난구제 시스템에서 하나의 모멘트가 될 것이다.

4·16 세월호 쇼크로 대한민국은 달라졌다!

세월호 쇼크는 대통령 지지율이나 재난구제행정 차원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쇼크는 깊고도 넓다. 가족의 소중함을 실감하고, 인명 존중과 안전의식이 새삼스럽게 고취되었다. 정신적 변화는 다시 제도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온 세계에 후진국 면모를 드러내고, 아직도 수습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제반 분야에서 심층적이고 전면적인 조사와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 가깝고도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하고, 나아가 심원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변화로 이어진다면, 4·16 세월호 쇼크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가령 국가의 의미와 공공성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안보의 개념이 추상적인 국가차원에서 구체적인 인간의 안전으로 초점이 바뀔 것이다. 교육의 목표가 달라지고, 학교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원전 등 위험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과학의 편익성에 대한 평가도 더욱 엄격해질 것이다.

또한 평형수 개념은 여러 분야에서 원용될 것이다. 예컨대 일방적 권력을 견제하는 개념으로, 혹은 과도한 탐욕과 영리 추구로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공적 안전판 개념으로 등등. 민영화라는 헛된 이름과 효율성을 핑계로, 세금을 들여 만든 나라의 공적 재산을 사유화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책동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어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4·16 침몰 때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의 슬픈 동영상이 생각난다. 카톡 문자를 읽으며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한다, 4·16 세월호 쇼크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결정적으로 달라졌다고. 그럴 텐데 어찌 4·16을 잊을 수 있을까.

김태희/ 다산연구소 기획실장, 정치학 박사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써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김태희  e_da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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