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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방한과 미·중외교의 딜레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인 7월 초 한국을 방문한다. 시진핑의 방한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의 최고지도자로서는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첫 사례가 된다. 과거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도 200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참석하기 불과 한 달 전인 10월 북한을 먼저 방문해 북·중 양국의 각별함을 과시한 바 있다. 이는 전통적인 ‘당 대 당’ 혈맹 외교노선을 추구하는 사회주의권 외교에 있어 이례적인 수순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에 있어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도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북아 경제성장의 파트너로서 한국의 비중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나타난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최근 중국 지도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얼마 전 북·일관계 정상화 합의에 대항하는 한중 양국의 공동조치로도 볼 수 있다. 이는 탈냉전 이후 나타나고 있는 다자외교의 전형적인 패턴들이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그간 추진해왔던 우리 외교부의 큰 노력의 결실이라 보여진다. 그간 우리 외교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측에 시진핑의 방한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고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를 손에 쥐게 되었다. 사실 중국측으로서는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남측에 방문하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을 터이다. 더욱이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압박하는 행보이기에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우리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는 그간에 나타난 한·미외교의 간극을 한·중외교로 풀겠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이는 과거 MB정부와는 다른 외교노선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박 대통령은 유창한 중국어로 10억 중국인들에게 매우 강하고 친근한 인상을 남기고 돌아온 바 있다. 실로 어느덧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규모도 약 2,000억불에 이르고 무역비중은 20%나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과의 무역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교역량이다. 이제 중국은 한국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제협력의 동반자인 것이다.

   
▲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청와대

정치적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가까워졌다. 한·중 양국은 UN과 국제사회에서 북한문제에 관하여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며, 얼마 전에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요청한 하얼빈시 ‘안중근 기념비’ 건립요청에 중국 정부는 ‘기념관’ 건립으로 화답하며 기대 이상의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특히 이는 계속되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대한 한·중의 공조라는 차원에서 외교적으로도 매우 상징적이고 의미가 큰 사건이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경쟁 속 우리의 운명이다. 지난 4월 방한한 오바마는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전시작전권 환수연기와 군사보호협정 논의 등 한·미·일 공조체제를 더욱 다지고 돌아갔다. 이에 대항해 시진핑은 중국이 한국에 대한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미국의 MD체제 편입을 저지하려 할 것이며, 최근 논의된 한·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우려를 표할 뿐만 아니라 중국 중심의 아시아 경제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마련한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체제로의 우리 한국의 가입에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 전시작전권 환수조치와 맞물려 논의되는 THAAD(고고도미사일요격체계) 도입이 현실화 될 경우,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된다.

지정학적으로 우리 한반도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좌우 두 날개를 함께 품고 비상해야만 하는 기묘하고도 모순적인 길 위에 놓여 있다.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불가항력의 거센 파도와 대면할 때엔 오히려 초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역량 밖인 패권국가들간의 충돌과 대립 속 우리의 생존을 향한 물음은 어찌 보면 우리가 대처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그 해답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건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라 가치는 미국과 중국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이익이다. 이번 시진핑의 방한을 계기로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문제와 통일외교를 주도해야 할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지금 우리가 처한 동북아 양극질서의 결절구조를 완화하고 다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철저히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실용노선을 추구하는 현대 국제정치에서 세계를 주름잡는 G2의 정상들이 한국을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이는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일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방어적, 수세적이기보다는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외교를 펼쳐 미·중간의 무게중심을 찾아가는 우리 스스로의 통찰과 균형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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