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6·15 공동선언 14주년을 맞이한 남북관계의 현주소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진단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의 결실인 6·15 공동선언이 탄생한 지 14년이 되었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최근 한반도 주변국들의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접근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우리의 입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점차 강화된 남북한의 강경한 ‘말 vs 말’의 대립이 일상적인 일이 된 가운데, 지난 2월 남북 고위급 접촉과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가 조금씩 풀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아직까지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6·15 공동선언 14주년을 맞아 북한은 연일 이를 부각시키면서 박근혜 대통령 및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동시에 6·15 공동선언은 “북남관계 발전의 초석”이라면서 그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북한과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원칙에, 러시아는 경제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중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에서의 외교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북한과 미국, 한국 등을 오가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보다는 ‘전략적 인내’를 기반으로 한 대북압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정책공조와 아울러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자국의 국익 극대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현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한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남북한은 6·15 공동선언 이후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나갔고, 매년 6월에는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를 함께 해왔다. 이에 남북한 양측은 공통적으로 ‘6·15시대’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 물론 북한이 주장하는 ‘6·15시대’와 우리가 주장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을 김정일의 업적으로 강조하면서 ‘6·15 시대’를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구현하는 자주통일시대, 민족대단합의 지름길을 열어놓은 민족공조시대, 선군정치의 위력으로 전진하는 통일운동의 시대”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당시 우리 정부는 ‘6·15 시대’를 남북관계의 새로운 단계이자 역사적 실험으로 간주했었다. 다시 말해 남한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단계로서 남북교류와 협력에 주목한다면, 북한은 외세를 배격하는 민족공조를 강조한 것이다. ‘6·15 시대’에 대한 해석과 목표 등에 있어 남북한이 차이를 보이고 있었지만, 남북교류와 협력, 그리고 평화공존이라는 과제에 대한 인식은 공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이 진행되었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급속하게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전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핵위협을 증가시켰다는 평가에 기초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교류협력 추진을 내걸었지만, 사실 대화와 협상보다는 압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북한의 대남도발과 함께 핵위협 증가를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북 포용도 압박도 모두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북핵문제의 본질은 남북관계보다 북미관계에 있음을, 동시에 상대적으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병행 추진이 연계전략보다 더 효율적임을 보여준다.

어쨌든 북한의 대남도발과 위협이 강화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구상’은 대북 유화노선과 압박노선을 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특히 독일 드레스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남북교류와 협력의 확대를 중심으로 한 평화통일 구상과 제안은 정부의 의지를 담은 대북·통일정책의 종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핵화의 진전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구체적 선행 조치가 제시되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구상과 제안도 상대방의 호응이 없다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 이미 북한은 현 정부의 평화통일 구상과 제안을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다를 바 없다며 비난하고 있다.

드레스덴 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직접 만나 과거 정부의 구상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간 대화 재개를 위한 조치를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비핵화 진전 없이는 5·24 조치 해제와 본격적인 지원 및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북한은 자신의 체제 및 최고 존엄 모독 중지, 5·24 조치 해제, ‘6·15 및 10·4 선언’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한 양측은 상대에게 자신이 제시한 전제조건을 먼저 충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제시한 드레스덴 구상을 실현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상대에게 신뢰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기 이전에 우리가 먼저 단계적인 전략적 조치를 시행하여 북한을 설득·유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해 서로 제시한 대화의 전제조건을 포괄적으로 다루어 ‘대타협’을 이루는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선제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포용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드레스덴 구상은 그야말로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에 발목이 잡혀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비핵화 진전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일이 또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6·15 공동선언 이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의미한다. 현재의 시점에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병행, 즉 ‘투트랙(two track)’ 방식의 추진은 남북한의 화해협력 단계의 재진입과 함께 자국의 국익 극대화 측면에서 접근하는 한반도 주변국들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무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써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이무철  mclee@kyungnam.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