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제품 위주 시장 형성, 국내 화장품 연구개발 노력 절실

 
 
국내 화장품산업의 역사는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아 유럽과 일본 등 다른 화장품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이른바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 화장품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고, 국내 자동차 1위 기업인 현대차가 올해 창립 46주년을, 삼성전자가 올해 44주년이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국내 소비재 산업과 비교해 국내 화장품산업의 역사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창립 68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 특성상 세계에 진출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회와 선택 폭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업계가 짧은 시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것을 생각하면 세계시장에서의 그동안의 성과들은 매우 미흡하다.

국내 1위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의 해외 매출 비중이 1%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대해 다양한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연구개발이 가장 큰 핵심인 듯 보인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태생 자체가 ‘화장품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장인정신 보다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은 연구개발 보다는 트렌드 제품 위주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현 시대를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화장품을 직접 제조 생산하거나 연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OEM 전문 기업에게 의뢰하는 브랜드숍이 등장한 이후 더 심해졌다.

 
 
하루에도 수백개, 수천개가 출시되는 화장품시장을 감안하면 최근 출시되는 제품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더 많은 유통을 갖고 있고, 누가 더 많은 광고를 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시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2008년 국내 화장품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비비크림, 지난해 열풍을 몰고 왔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조기에 시장을 마감한 진동파운데이션, 최근 출시되는 CC크림이나 에어쿠션 등이 그 대표적인 트렌드 제품들이다.

화장품의 향만 바꾸어도 다른 화장품으로 인정되는 부분, 특허 기술을 개발해도 금세 카피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시장 구조도 문제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을 찾기보다는 잘 되는 제품만을 카피해 판매하려는 기업들의 잘못된 경영관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한 화장품 컨퍼런스에서는 세계적인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연구개발 노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당시 소개된 자료에 따르면 에스티로더 그룹 같은 경우는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달랐다.

2003년 이후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단 1건의 연구개발 실적 밖에 없는 에스티로더 그룹이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지만 국내 기업들도 딱히 에스티로더 그룹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한 소재를 연구개발하기 위해 수십년간 공을 들인 기업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은 기업은 그렇다 치고도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 역시 장시간 이루어진 것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 연구가 메가 브랜드 개발까지 이어져 지금까지 탄생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연결되어 유지된 브랜드가 설화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메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는 최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꽃으로 바꾸고 마케팅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고, 레티놀로 대변되던 아이오페도 코스메슈티컬을 거쳐, 최근에는 기초보다 에어쿠션이 더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가 되었다.

우리나라 시장의 특이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40년간 피테라 연구에 노력해 온 P&G의 SKII나 17년 간 피페라딘 유도체 개발에 매진해 온 시세이도, 10여년간 오키드 연구에 전념해 온 LVMH의 겔랑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은 너무도 부족해 보인다.

로레알의 경우도 2000년부터 주목해 온 그린 소구 소재 개발을 위해 노략해 왔고, 7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낸 ‘Pro-xylane’ 성분을 랑콤 브랜드에 처음으로 적용한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 현재 메이크업 제품은 물론 자사의 모든 브랜드에 적용해 기업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이처럼 연구개발 노력은 화려한 브랜드 히스토리가 없는 우리나라와 같은 기업에게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임에도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화장품 글로벌 기업들은 다년한 쌓은 브랜드 인지도와 다양한 유통은 물론 화려한 브랜드 히스토리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연구개발 성과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서라도 연구개발 노력을 필수 항목이 아닌가 쉽다.

어느덧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의 시계도 70년으로 접어들고, 100년이란 시간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는 누군가를 따라하는 시기는 지나지 않았을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놀라게 해 왔다. 그리고 세계 1위가 된 적도 있다.

결단코 이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세계가 할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부의 화장품 연구개발 지원 및 관련 제도 개선도 급선무지만 무엇보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가 중요한 오늘이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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