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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중 고속철도의 꿈을 꾼다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새벽 5시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북한 신의주역을 거쳐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다. 베이징에서 5시간 머물며 필요한 미팅을 갖고 잠시 시내를 돌아보고 오후 4시에 다시 베이징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니 저녁 10시다. 서울과 베이징이 하루 생활권이 된 것이다.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6시간 만에 갈 수 있다고? 그런 꿈 같은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가능하다! 그것도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려 하는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전환하고 남한과 북한간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고 가능한 현실성 있는 이야기다.

최근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이란 책을 펴낸 진장원 한국교통대학교 교수(유라시아연구소장)는 남과 북, 중국을 연결하는 동아시아의 국제고속철도(ETX·East Asian Train Express)가 반드시 생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남북중 고속철도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남북철도 연결이 시급히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중국은 대륙 전역을 고속철도로 연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중국 내 고속철도망의 확산에 대해 놀라워한다. 남북철도가 연결된다면 이미 확장된 중국의 고속철도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차원이 다른 이동과 교류가 가능해진다.

남북철도 연결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의제였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 연결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진전도 이뤘다. 경의선 남측 구간 복원이 완료됐고, 강릉과 고성 제진역을 연결하는 동해북부선의 남측 구간은 올해 말에 착공된다. 그러나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남북한 관계, 북미 관계 교착 상태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유엔제재로 인해 사업이 진행되기 어렵다.

어떻게 이 난관을 타개해야 할까? 진 교수는 남북철도 연결이라는 문제를 남북 당국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을 끌어들여야 하며, 유엔제재 탓만 하지 말고 제재 하에서라도 가능한 일들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북아 고속철도가 완성이 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뉴욕·워싱턴, 북경·상하이, 도쿄·오사카를 뛰어넘는 거대 연담(聯擔)경제권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 자본들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남북중 고속철도가 남북한 관계를 뛰어넘는 차원에서 진전될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한국교통대학교는 2030년 남북중 국제고속철도의 승객이 1000만~13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호남고속철도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 연간 승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적자에서 벗어났다. 남북중 고속철도의 경제성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동아시아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동아시아 1일 생활권이 가능하다. 한국교통연구원 제공
진장원 저,『남북중 고속철도의 꿈』(국민북스) 표지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남한 내 부정적 기류가 분명히 존재한다. 남북철도 연결 문제를 거론하면 무조건 ‘북한 퍼주기 사업’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진 교수에 따르면 남북철도 연결, 그리고 남북중 고속철도 연결은 북한 퍼주기 사업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이 모두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다. 재정적인 이득뿐 아니라 통일의 지렛대이자 동아시아의 번영을 이끌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 진 교수의 주장이다.

사실 길은 수많은 것들을 연결한다. 사람뿐 아니라 문화와 경제, 가치, 종교, 생명을 잇는다. 지금 남북간의 그 길이 끊어져 있어 한반도는 동맥경화에 걸린 것과 같은 상태다. 남북의 길이 연결될 때엔 이후에 중국, 러시아, 유럽 등에 이르는 놀라운 차원의 길들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간 철도의 연결은 늦추면 늦출수록 우리 민족으로선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남북중 고속철도의 건설은 여러모로 긍정적 요소가 많은 사업이다. 다음 세대의 꿈을 이뤄줄 수 있으며 통일로 가는 길목을 여는 절호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남북중 고속철도에 대해 필자의 이야기를 들은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빨리 배낭매고 대륙을 다녀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벌써 남북중 고속철도의 개념만 들어와도 우리의 상상력이 풍성해지며 우리의 지경이 넓혀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을 그저 꿈으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 이 꿈이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정치와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의 담당자들이 혼신의 힘을 바쳐 이 일을 이뤄내야 한다. 특별히 정치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고 추진해야 한다. 차기 대선에 나가는 여야 각 진영의 주자들도 대선정책에 남북중 고속철도의 비전을 실어야 한다. 먼저 진장원 교수를 초청해서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그러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며, 이 사업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주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의 슬로건이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그 슬로건대로 우리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4강 신화를 이룩해냈다.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도 이뤄질 수 있다! 이 꿈을 소중히 키워나가 정말로 ‘꿈같은 일’이 우리 목전에서 현실화되는 그 날을 다 같이 꿈꾸자.

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장, 유코리아뉴스 편집위원

이태형  justin105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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