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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촛불혁명이 이루어낸 문재인 정부이었기에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4·27 판문점 회담에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분단의 경계를 넘나들던 모습은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도보다리를 비추는 푸른색 영상 속 대화 모습을 보면서 울컥하기까지 했다. 정말로 새로운 남북관계의 시작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무엇인가 크게 달라질 미래 한반도에 대한 두근거림이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이 있은 1개월 남짓 후 가진 두 번째의 정상회담은 또 어떠했던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호출(?)로 다시 판문점을 다녀온 문 대통령. 저녁 TV에 나와 “남북은 친구의 일상처럼 이렇게 만나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이라는 말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북녘 땅을 중국이나 러시아를 다녀오듯 오갈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그런 기대는 이제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진 듯하다. 당장 남북 간에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지경이니까 말이다. 긍정적인 미래조차 전망하지 못하는 상황. 왜 이렇게 되었는가?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를 동행 수행원 없이 산책한 후, 평화의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다.(2018. 4. 27) ⓒ청와대

첫째, 북미협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몰이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모든 북미회담이 왜 실패했는지 들여다보고 예비했어야 했다. 북한 핵 문제가 미국의 대 북한 전략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와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지 곱씹었어야 했다. 우리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평창올림픽 이후 전개될 미·북 관계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낙관했다. 북·미간 전쟁마저 불사하겠다고 호언하던 상황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성사시키고, 북미회담을 갖게 한 나름 주도적인 중재역할을 과신했던 것 같다. 이후 모든 것이 우리 정부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던 것이 아닐까. 중재역할은 회담이 이루어지게 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담이 이루어지기 전, 또 회담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끝까지 양쪽을 파고들어 손에 잡히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중재다. 북한과 미국이 보였던 과거 협상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더라면 미국을 좀 더 우리의 의지대로 추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 지켜낼 수 있는 대외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남북합의를 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4·27 판문점선언 내용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을 보라. 남북합의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는 것까지는 선언으로서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그 합의이행이 남북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는 범위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예를 들어 2018년 11월 1일부터 남북한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한미군사동맹에 의거, 빠짐없이 연합훈련에 응해 온 한국으로서는 독자적 결정을 넘어서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에 의해 늘 문제가 되었던 사안이다. 남북합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협의”들도 철저히 이행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음은 물론,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적 군축 실현’이나,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2018년 ‘종전선언과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추진하겠다는 합의까지도 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미국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이 협정체결의 주체다. 독자적 결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 결과 앞에서 약속하고 뒤에서는 어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셋째, 남북관계를 독자적으로 진전시키려는 결단과 의지가 부족했다. 혹여 그런 결단과 의지를 가졌을지라도 한미동맹과 미국의 영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한미관계가 남북관계의 모든 것을 결정하다시피 하는 상황을 헤쳐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후부터는 한국 정부는 미국의 입김과 영향에 완전히 매몰되다시피 했다. 그 전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했던 남북한 이산가족상봉마저 하지 못했던 상황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정상화하기로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차치하더라도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사업마저도 하지 못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으나 하노이 회담 이후 없던 것이 되었다.

대북 정책이 실패한 것은 대부분 군사 분야와 관련된다. 군사 분야의 합의가 모든 분야의 합의 이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군사 부분은 남북관계의 독자적인 이행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과 같다. 이를 바꾸어야 한다. 정치·군사 분야와 경제·사회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한미군사동맹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는 조치부터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 내겠다는 모진 결단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는 스스로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할 일이다.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유코리아뉴스 편집위원

김영윤  kimy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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