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한 음악을 만났다. 흘러간 팝송CD판매 상인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노래를 정말 오랜만에 듣게 된 것이다.

‘팝의 전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이 1970년대 초에 불러 당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을 만큼 대히트를 쳤던 바로 그 노래다. 가사 첫 소절의 내용은 이렇다.

“당신이 지쳐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낄 때,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내가 그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살기 힘들고 친구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순간에
내가 당신 곁에 머무르겠습니다.
마치 거친 풍랑 속에서도 버텨내는 다리처럼 내 몸을 눕혀
세상 풍파위에 놓인 다리가 되겠습니다.
(나를 발판삼아 이 거친 세상풍파를 건너가십시오.)”

노래 가사처럼 나는 금년 10월부터 우리 친지들을 위한 ‘영원한 다리’가 되기로 이미 작정했다. ‘변함없는 친구’로서 친지들의 곁에 머무르면서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내 몸을 눕혀 세상 풍파 위에 놓인 다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세상을 ‘행복’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지난 9월까지는 큰 아픔도 있었다. 함께 하기로 했던 분들과 몇 달간 잠시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을 겪어야 했던 것은 친지와 친지 사이에 연속적으로 놓여야 하는 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도미노 게임을 보면 ‘연결 다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첫 파동을 일으킨 도미노가 다음 도미노로 이어지는 파동(波動)현상이 반복됨으로써 연속적인 물결파를 이루어야 전체 조직은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중간에 어느 한 도미노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체 게임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과 같이 우리 모두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의지하고 친구가 될 때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다리는 연결이고 소통이다. 험한 세상일수록 다리는 더욱 긴요하다. 그리고 누구든지 다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쳇말로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세 다리만 거치면 청와대와도 통한다는 말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최고 권력과도 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진정한 ‘세 사람’이면 못할 것이 없다. 범위를 세계로 넓히면 ‘여섯 다리’로는 백악관까지 통한다. 이것이 ‘6다리 이론’이다.

어느 날 지인을 통해 들은 얘기다.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는 어떤 젊은이에게 편지를 주고, 미국 텍사스의 어떤 할아버지에게 그 편지를 전달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둘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편지 전달은 자신이 아는 사람을 통하게 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그 젊은이가 아는 사람에게 편지를 주고, 그 사람이 다시 아는 사람에게 편지를 주고…, 이렇게 아는 사람만을 차례로 통하게 될 경우 제주도 편지가 텍사스에 있는 어떤 할아버지에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과연 몇 명을 거치면 될까?

놀랍게도 실제 실험을 통해 밝혀진 그 숫자는 6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평균 ‘여섯 다리’만 거치면 모두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내에서 세 다리만 거치면 누구라도 청와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내가 한없이 약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나비’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 같은 ‘6다리 이론’ 때문이다. 어느 날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폭풍우가 몰아친다”는 우연이 현실로 들렸던 것이다.

도무지 말 같지도 않던 ‘나비의 원리’를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다. 그는 1961년 기후관측을 하다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법한 북경의 나비와 뉴욕의 폭풍우를 ‘그럴싸하게’ 연결시키게 됐다.

그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예측이 힘든 이유를,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설명했던 것이다.

비록 인지할 수 없을지라도,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된 인과관계에 의하여 새로운 현상이 파동(波動)에 의해 나타난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들어도 사기꾼 같은 그 발상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혼돈(카오스)의 세계를 새로운 질서로 재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나비가 일으키는 이 가상의 파동현상은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 곧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하게 됐다.

여기에서 카오스(Chaos) 이론이 등장하고, 현대 경제학이나 통계학, 정보통신 업계의 총아라는 빅데이터(Big Data) 이론도 등장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나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려 한다.

내가 다리가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고작 미물에 불과한 나비 날개가 폭풍우로 변해 지구 반대편의 영역까지 ‘들었다 놨다할 정도라면 ‘나의 다리’는 뉴욕뿐만 아니라 LA, 시카고, 워싱턴까지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세상의 변화는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 같이 아주 작은 파동에서도 시작된다. 한국경제를 변화시키는 힘은 이건희나 정몽구만이 아닌 어느 포장마차집 주인으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

그가 자신의 강력한 단골손님 세 사람과 통할 수만 있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 개혁도 가능하다. 세 사람의 손님에게 각자 친한 세 사람의 손님이 있을 것이고, 그 같은 파동이 차례로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로렌츠의 ‘나비이론’으로 본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충분히 변화(變化)시킬 수 있다”이다. ‘다리이론’으로 본다면 혁명(革命)까지 가능하다.

필요한 것은 결국 나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소수의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 사람의 다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3다리 청와대 이론’이나 ‘6다리 텍사스편지 이론’에 따라 나를 진정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내가 만든 다리 위에서 분명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그래서 아직까지도 ‘불후의 명곡’이다. 노래의 파동이 여전히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그 느낌” 아니까.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노규수_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