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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법 개정: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51호

대립되는 두 시각: 공정경제 vs. 기업규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와 산업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정부와 산업계는 기업경영과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이 되는 법들의 제·개정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상법 일부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며 국회에 제출하였다. 법률들의 지칭에서부터 찬반의 뚜렷한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핵심 기조인 공정경제 정책의 근간이 되는 법률이기에 공정경제 3법으로 표현하였지만 야당과 경제계는 공정경제라는 용어가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며 기업규제 3법이라고 바꾸어 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립을 배제하기 위해 경제 3법, 경영제도 3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찬반 갈등의 심화만이 아니라 경제적 영향력과 중요성을 보여준다.

정부는 세 법의 제·개정안을 통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되는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먼저 새롭게 제정되는 금융그룹감독법은 금융감독기관의 복합금융그룹 감독의 법적 근거가 된다. 대상은 은행계 금융지주가 아니면서 보험, 증권투자, 여수신 금융사를 두 개 이상 보유한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의 여섯 개 기업집단이다. 도입 이유를 EU, 일본의 복합금융그룹 규율과 같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반대 견해는 국내 복합금융그룹의 핵심인 보험산업에 대한 재무건전성 규율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위험관리를 위해 기업집단 내 비금융회사를 지급여력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해외에 존재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위험관리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대기업집단 규제로서 추가 입법은 과잉규제라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대기업집단 관련 규제 강화가 포함되었다. 전속고발권은 가격·생산량·시장분할·입찰과 같은 경성담합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만이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를 폐지함으로써 공정위뿐만 아니라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으며 검찰의 자체판단으로도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신규 편입 지주회사에 대한 자회사 지분율을 현재보다 10% 상향하는 것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 그리고 그 회사가 50% 초과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확대하였다. 이를 통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대주주의 사익 추구 방지를 기대하고 있으나 무분별한 고발·고소의 남용과 일상적 경영활동의 비효율성 증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사실 3법 가운데서 위 두 법률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다중대표소송을 포함한 상법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극한 대치를 해왔다. 그러나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여당 주도로 금융그룹감독법의 법률명을 수정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상법개정안 모두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국회 통과과정에서 전속고발권이 유지되고 감사위원 선임의 의결권 제한범위가 축소되었으나 경제계는 시행시기의 1년 유예를 요청하는 등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상법개정안: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불공정

현행 상법에서 대규모 상장회사는 주주총회에서 먼저 이사를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일괄선출 방식을 따르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소수주주 권한 강화를 목표로 한 이번 개정안에서는 최소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출하여야 한다. 또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에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도 개정된다. 감사위원의 사외이사 여부에 관계없이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행사가 제한된다.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개별적으로 3%에 한정되어 인정된다. 반면에 이 3%룰은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주주간에 차등 적용되어 일반주주는 개별적으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주식과 합산하여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정을 통해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제고하여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일괄선출 방식은 이사 선임단계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으므로 일단 지배주주에게 우호적인 이사가 선임된 이후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사 선임단계부터 3%룰을 적용하여 감사위원을 선출한다면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에 충실할 수 있으며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나아가 소수주주가 추천하는 감사위원이 선임될 수 있다.

사실 해외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제도이지만 한국에서는 경제민주화 방안의 하나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으나 입법이 무산되었었다. 이번 개정안은 모든 감사위원이 아닌 1인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범위를 제한하였지만 과거와 동일한 비판과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먼저 현행 상법은 1주 1의결권 원칙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견해이다. 특히 감사위원은 이사의 지위가 먼저 부여되므로 주주가 이사를 선임하여 경영을 위임하는 주식회사의 구성과 지배구조에 대한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주주간 차별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경영자총연합회는 감사위원회 설치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개정안을 적용한다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평균 지분 47% 가운데 3%만 행사 가능해 44%의 의결권이 소실되며 시가총액으로 평가할 경우 약 37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발표했다. 나아가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집중투표제가 도입되어 의결권 제한이 중복된다면 소수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소수주주는 사회적 약자와 달리 개인 선택의 문제이므로 인도주의가 아닌 공정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처럼 대주주의 의결권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기업을 노리는 헤지펀드: 커지는 경영권 위협

개정안을 통해 단기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해외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위협도 간과하기 어렵다. 감사위원의 지위가 가진 기업에서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감사업무를 통해 주요 정보를 열람하고 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 및 감시하여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일원으로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주식 2.9%를 보유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수소전지 경쟁사 임원을 사외이사로, 이사 선임시 감사위원으로 추천하였다. 당시 이사 선임이 부결되었지만 추진 중인 3%룰을 통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입법될 경우 앞으로 헤지펀드 추천 인사가 이사회 진출에 유리한 기반을 가지게 된다.

해외 헤지펀드들은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지만 기업의 성장과 투자보다는 단기의 실적에 집중하여 기업가치를 훼손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미국기업은 5년 이후 연구개발투자, 고용, 사회공헌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미국 헤지펀드 칼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 연합이 2006년 KT&G의 지분을 확보하고 배당 확대와 자산 매각 요구 등 경영 개입을 시도했다. 또한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일반 사외이사와 달리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자 법원에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어 결국 일반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KT&G는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무려 2조8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주주환원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아이칸 연합은 약 1년 만에 1천 5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하고 주식을 매각했다. 외부 투자자의 경영참여와 이로 인한 경영권 경쟁은 당연하지만 법적기반을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경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거꾸로 가는 한국의 규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국제적 사례들

국내의 의결권 논의가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에 집중된 것과 달리 해외는 차등의결권 활용이 중심이 되고 있다.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는 주요국에서 찾기 어려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반면, 1주 1의결권의 예외를 허용하는 차등의결권은 OECD 국가 중 제도가 확인되는 24개국 중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15개국에서 이용된다. 주식발행을 통해 외부투자를 유치하여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어 기업의 성장이 가능하며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 등 경영권 위협에서 경영권 방어 장치로도 의미가 있다. 구글, 페이스북, 버크셔 헤서웨이의 창업주는 일반주주에 비해 의결권이 큰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IT 기업에서 활용도가 높다. 미국 기관투자가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42개의 상장사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였으며 그 중 151개사가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한 주식을 발행하였다. 차등의결권의 허용은 거래소의 국제 경쟁력에도 중요한 요인이다. 2013년 알리바바는 홍콩거래소 대신 차등의결권이 허용된 뉴욕거래소에 상장하였고 홍콩거래소는 2018년 상장규정을 개선하여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였다. 이후 샤오미, 중국 배달앱 메이퇀디엔핑이 상장하고 알리바바가 2차 상장하였으며 최근에는 얼굴인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그비를 포함한 중국 본토 기업마저 차등의결권이 존재하는 홍콩거래소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콩거래소는 개인만이 아니라 법인이 보유하는 차등의결권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법안이 12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을 통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는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경우 경영권의 희석을 우려해 투자규모를 축소하게 된다는 벤처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와 달리 상장 후 3년이 지나거나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복수의결권이 사라지는 등 부수 조건 때문에 실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존재하지만 기업경영권의 의결권 논의가 확장된 데 의의가 있다.

 

기업지배구조: 가치창출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한국의 기업관련 법률과 규제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개별 기업에 적합한 최선의 지배구조를 추구하기를 요구하고 경영참여를 통해 의사를 개진하는 것은 정당한 주주의 권리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정이 정부주도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지배구조의 정답, 즉 좋은 기업지배구조의 단일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것은 물론 실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강제하여 시행착오를 겪기에는 기업과 경제전체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나 크다.

기업지배구조는 기업경영의 감시와 감독을 넘어 가치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이분법적 관점을 넘어 기업의 장기가치를 제고하는 것으로 논의가 전환될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계 펀드의 등장과 함께 자본시장 내 다양한 투자목적의 투자자가 존재하며 단기의 이익실현만이 목표일 수 있음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프랑스의 테뉴어 보팅 제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 상장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여 주식의 보유기간에 따라 추가적인 의결권을 부여하였다. 단기의 시세차익을 우선하는 투기자본과 구분하여 기업의 장기가치를 제고하는 주주에게 경영참여의 권리를 더 크게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이 주주와의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 주주총회의 특정한 안건에 대해 주주를 설득하는 일시적 소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접촉을 증가시켜 기업과 투자자의 거리를 좁혀 나가야 한다. 투자자 외에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교환하여 기업의 의사결정과 장기적 기업 목표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함과 동시에 더 나은 기업지배구조가 현실화될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김윤경(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윤경 박사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Columbia University에서 응용경제학을 전공으로 경제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영분석팀장, 기업연구실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주요 연구로는 ˹기업 현금보유 분석˼, ˹주채무계열제도 재무구조평가의 한계와 개선의 필요성˼, ˹OECD 기업지배구조원칙과 시사점˼, ˹일본 혁신분야 규제개혁 동향과 시사점˼, ˹기업 비재무적 정보(ESG) 공시가 재무성과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

김윤경  yun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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