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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70년이었던 2020년을 보내며

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제강점기를 빠져나왔지만 곧바로 남북으로 갈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강산이 일곱 번은 변할 수 있었던 세월이 흘렀다. 미국과 소련의 군정하에서 탄생한 남북 정부는 태생적으로 체제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국제 체제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로 블록화하는 가운데 남과 북은 민족성보다는 이념을 중시하는 분단선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일제 청산과 토지개혁 등 제반 사회개혁을 단시간 내 달성하고 이를 남쪽으로 확산시킨다는 ‘남조선혁명론’을 내세우며 전쟁을 시작한 북한. 유엔 감시 하의 선거를 통한 합법적 정부임을 내세워 자유민주주의로의 ‘북진통일론’을 주창한 남한. 남북 정부가 내세운 통일론은 상호 배타적이어서 애당초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억지로라도 통일을 달성하겠다고 무력을 동원했던 북한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평양과 원산, 신의주, 강계 등 22개 도시에 미군의 공습이 이어졌고 총 63만 5천 톤의 폭탄이 투하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등지에 사용된 50만 톤보다 많은 양이다. 이로 인해 북한 도시의 60~95%가 폐허로 변했고 민간인 사망자는 100여 만 명에 가까웠다. 중공군 참전으로 기사회생한 북한은 휴전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전쟁 발발 1년 후 1951년 7월 10일부터 시작된 휴전협정은 지루한 공방 끝에 1953년 7월 27일 체결됐다. 남북을 오가며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전쟁은 허무하게도 38선을 휴전선으로 대체하며 승자도 패자도 없이 멈춰 섰다.

북한은 남조선 인민의 해방을 내세웠지만, 평화적 방법이 아닌 무력도발을 시도했기에 국제사회의 응징을 받았다. 남한은 스스로 힘을 키우지는 않고 미국에 밀착해서 큰소리만 치다가 전 국토를 전장으로 내주었고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 더구나 전선이 교차하며 방치됐던 국민을 이념을 내세워 학살하기까지 했다. 이후 전쟁을 불렀던 배타적 통일론은 불행하게도 남과 북에서 정치권력의 독점과 연장을 위한 불쏘시개로 이용됐다. 국가가 주도하는 통일론의 허구성은 남한 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통일 운동에 뛰어들었던 기독인들에 의해 깨졌다. 인간의 생명이 이념보다 중요함을 깨달은 기독인들은 원수 사랑의 교훈을 실천하는 데까지 앞장섰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21)”

우리 민족에 있어서 전쟁의 상흔은 아직도 선명하지만 미국과 중국,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전쟁은 잊힌 지 오래다. 냉전 시대를 마감하며 미국과 소련이 화해했지만, 한반도 분단문제는 어물쩍 넘겼다. 1991년 남북이 비로소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협상다운 협상에 나섰고, 유엔에 가입함과 동시에 기념비적인 남북기본합의서를 도출했다. 상호 체제를 인정한 바탕 위에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을 약속한 이 합의서는 이후 2000년 6.15 정상회담과 2007년 10.4 정상회담은 물론 2018년 4.27, 9.19 정상회담의 기초가 됐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합의는 이미 충분히 진척시켜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소련, 중국 등 적성 국가와의 관계를 정상화한 우리와 달리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하지 못한 채 핵 개발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의 첫 단추이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완성의 첫걸음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일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 북일수교가 뒤따른다면 북한은 체제 안전에 관한 확실한 보증을 얻는 셈이다. 북한은 에너지난과 체제 안보를 위해 핵 개발을 단행해왔다. 해법은 거기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은 불안해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도 회의적이다. 핵 가진 북한을 어떻게 믿고 손을 잡는지 묻는다. 그러나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대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단호하다. 또한, 사랑하지 않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는다고 가르친다. 한국교회는 이미 오래 전 그 길을 걸어 봤고 동족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열망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후 거칠게 실망감만 표했던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태도를 바꿨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보낸다며 손을 내밀었다. 미국 대선이 끝났고 북한은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와 최고 인민 회의를 앞두고 있다. 상반기 바이든 정부의 인선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남북은 신속히 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부여잡아야 한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은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아져 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번영의 축으로 닦아 세울 수 있는 실력도 갖추고 있다. 신축년 새해에는 북한이 내민 손을 두려움 없이 잡아주는 한국교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이 글은 <기독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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