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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 의미와 과제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진단 "통일은 현재진행형, 지금의 행동이 통일의 양상을 결정한다"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4.04.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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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에서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밝혔다. 통일이 단순히 영토나 체제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며, 남북 주민이 서로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어야 진정 하나로 거듭날 수 있다며 남북교류협력 확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도적 문제 해결,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동질성 회복의 3가지 제안(Agenda)을 북한에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인도적 지원의 확대, 농업축산 및 산림협력을 함께하는 복합농촌단지 조성, 북한의 교통통신 등 인프라와 지하자원 개발, 역사 문화예술과 스포츠 교류협력 및 경제운용의 경험전수까지 폭넓고 필요한 사업을 망라했다. 이를 위해 남북간 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UN 등 국제사회에도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DMZ 평화공원 건설사업도 빼놓지 않았다. 더구나 북한의 안보우려도 다룰 수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를 추진해 나갈 용의도 표명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구상에 구태여 흠을 잡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본다. ‘드레스덴 구상’이 잘 실현되어 남북간 교류협력의 확대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정부는 이 구상을 구체화하고 실천함에 있어 ‘기다리는’ 자세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요구하고자 한다.

   
▲ 지난 3월 28일 드레스덴공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정책 관련 3가지 방안이 들어간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실 이번 ‘드레스덴 구상’은 이미 산발적으로 밝혀 왔던 기존 제안의 재구성이며, 일부는 과거 정부들이 추진해 왔던 사안으로 최근 몇 년간 중단된 사업들도 있다. 더구나 이것이 북한의 결단이나 변화를 기다리는 구상이라면 오히려 전임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프로그램이 더 풍부하고 다양한 어젠다를 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차별성의 관건은 ‘기다리는’ 구상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럴 때라야 이번 ‘드레스덴 구상’이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남북관계 복원과 발전은 물론이고 최근 국내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여 진정한 평화통일의 초석을 만드는 매우 귀중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박한 접근에서 대박을 준비하기까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과 작은 신뢰부터 하나씩 쌓아 문제를 풀어간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출발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7년째 표류 중이며 남북교류는 15년 이전으로 후퇴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다소 안이하게까지 느껴지는 소박한 접근방법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한마디로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자 그 언급 자체가 대박을 치면서 통일문제가 갑자기 국정의 중심에 오르고 대북정책의 스케일도 훌쩍 커진 느낌이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이 되는 매머드급 ‘통일준비위원회’가 준비 중이고, 드레스덴 연설에서는 물론 외국과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통일이 국제사회에 축복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힘주어 전파하고 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선건설 후통일‘ 구호 아래 국력 배양에 온 국민이 한눈 팔지 않도록 독려하기 시작한 지 반세기 만에 우리 국력은 스스로 놀랄 만큼 신장되었다. 평화통일을 위해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국력의 압도적인 대북 우위가 확보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막상 ‘선건설’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자 오히려 통일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이 늘어나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시들해졌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역사적 요청이 절실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갈등만 빚어내 국력을 낭비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과 그 이후 정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통일대박론’에 대해 국민들이 실감할 정도는 아니며, 외국의 정상들도 ‘의제(議題)’라기보다는 ‘화제(話題)’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분단이 두 세대 이상 고착되면서 우리 사회 내에 만연한 통일무관심이나 회의론 내지 분단현실에 안주하려는 타성을 뒤흔들어준 점은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통일준비와 남북관계 당면 현안과의 관계
통일준비는 당면 남북관계 현안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노력과 병행해야 한다. 통일준비를 한답시고 북한의 붕괴만 기다리면서 사실상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손을 놓았던 전임 정부의 우(愚)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준비가 미래의 상황에 대비해서 그때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것뿐이라면 의미가 크게 반감된다. 지금 우리가 취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통일과정 양상을 결정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통일준비에 있어서 남북관계 당면현안을 우회하면서 가는 길은 없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프로세스를 조속히 재건하기 위해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 5·24 조치로 막혀 있는 남북교역 및 경협사업과 금강산 관광 문제의 활로를 슬기롭게 모색하는 일, 이산가족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어가는 일 등은 당장의 시급한 현안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의 해법에 따라 미래의 통일과정 양상이 결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통일준비가 앞으로의 통일과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견인력 그 자체가 되려면 남북관계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보다 과감하고 주도적인 자세가 요청된다. 기다리는 자세의 통일준비는 통일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공리공담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정치적 의혹을 받기가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5·24 조치 해제 문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병행문제 등에 대해 좀 더 명료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통일은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한반도 통일의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통일준비는 가정법 미래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통일대박이나 준비도 통일을 미래가 아닌 남북관계의 현실적 과제로 인식하고 실천력을 부여할 때만이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통일준비와 한반도 비상사태(Contingencies) 대비계획과의 관계
미래에 발생 가능한 다양한 비상사태에 대비한다는 것과 바람직한 정책 목표를 세우고 의지를 가지고 이를 준비해 나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북한이 전쟁을 걸어오면 이를 물리치고 북한지역을 수복해서 헌정질서를 회복한다거나, 북한 당국이 스스로 통제력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면서 평화통일로 유도하는 일들은 일종의 비상사태(Contingencies)로서 책임 있는 정부라면 안보차원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기본적 과제다. 여하한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그것은 우리에게 통일 기회를 제공하기에 앞서 안보의 위기로 먼저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들은 엄밀한 의미의 대북정책이라 할 수 없다. 어느 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정당이념이나 정책노선에 따라 달라질 문제도 아니며 정책적으로 ‘추진’하거나 ‘공개’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남북화해와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노력과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노력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 ‘대비’한다는 것과 전쟁을 ‘준비’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붕괴 등 어떠한 비상사태에도 정부는 만반의 대비책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이를 공식 대북정책으로 삼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유효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비상상황에 대비한 계획은 상대에게 노출되면 그 순간 이미 대비계획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과 대비계획을 혼동하는 바람에 정책실패를 자초했다. 앞으로 구성될 ‘통일준비위원회’는 이점에 대해 분명한 통찰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와 통일부의 역할 문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통일준비위원회의 활동방향 및 범위와 관련하여 전략적 기능 배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야 할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실질적인 정책결정의 역할을 맡으면 통일부라는 정부 조직의 권능 및 역할과 충돌하며, 통일문제에 대한 자문역할만을 담당한다면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의 기능과 중복된다. 또한 각계 지도급 인사로 구성되어 대통령에 자문하고 있는 통일고문회의도 대통령령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 헌법과 법령에 근거를 둔 이들 기관과 별개로 차별적 역할을 맡긴다면 법적 근거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도 애매하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방향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배경에 혹시 북한문제나 남북관계의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미약하거나 통일문제에 대한 전문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 참모들의 태도가 개재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한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대북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이며 손자병법이 말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의 기본이다.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통일부가 대북정책에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는 국력의 낭비이자 ‘드레스덴 구상’의 실천과 통일준비에도 차질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통일준비에 통일부의 주도적 참여와 이를 위한 통일부의 분발이 요구된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joes@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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