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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일자리 창출: 한국의 이상과 현실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46호

구조화된 일자리 위기

일자리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첫째, 저성장기조의 고착과 ‘고용없는 성장’으로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 2020년 4월 시점에서 공식실업자는 117.2만명, 구직단념자나 잠재취업가능자 등을 포함한 실질실업자는 3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통계상으로 나타난 인력부족인원은 2020년 상반기 시점에서 22만 명에 불과하다.

둘째, 이미 시작된 인공지능시대에는 일자리의 소멸 혹은 대체가 급속도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자리 대체가 일자리 소멸로 이어질지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 수 없거나 대체되는 일자리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평균수명 백세시대에는 취업하여 정년을 마치는 경우에도 몇 십년간의 잔여기간이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후자산이 없다면 일자리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노후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고령자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취약한 고령자에 걸맞는 일자리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넷째, 더구나, 2020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대면 경제활동이 전면 위축되면서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비대면 경제활동의 확대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여 1930년대 대공황 이상의 일자리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요지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강력 추진하고 고용,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2025년까지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인데, 최악의 일자리 위기에 대응하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많아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가스터빈고온부품공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부실한 창업, 부실한 일자리

이렇게 심각해지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주 지적되고 있는 걸림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부실한 창업이다. 창업의 증가가 곧바로 일자리의 증가와 동의어는 아니다. 창업한 기업이 살아남아 계속 성장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만, 창업 후 얼마 되지 않아 폐업한다면 생겼던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 창업의 실태를 ‘2018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에 의하면, 신생기업은 92만개로 전체 활동기업에서 차지하는 신생률은 14.7%이다. 그리고 '2017년 기준 소멸기업은 69.8만개로 소멸률은 11.5%이다. 창업도 활발하고 폐업도 많은 다산다사형의 특징을 보이는데, 창업기업 생존률은 2017년도 기준 1년 생존률이 65.0%, 3년 생존률이 42.5%, 5년 생존률이 29.2%로 나타난다.

이러한 한국의 창업기업 생존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일까? 창업진흥원의 「주요 선진국 창업·벤처통계 비교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창업 후 3년차 생존율은 38.8%로, 미국(66.3%), 영국(58.5%), 독일(52.1%)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요컨대 창업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편인데, 폐업도 많고 생존율이 낮아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창업에서 준비되지 않은 창업, 생계형 창업, 나홀로 창업의 비중이 높아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양질의 창업의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의 가성비도 매우 낮다.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의 예산은 2017년 15.9조원, 2018년 18조원, 2019년 21.3조원, 2020년 25.5조원으로 급증하였다. 2021년 일자리 예산으로는 30.6조원을 책정했는데, 이 중 30%가량인 8.6조원으로 20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으로 있다. 재정을 투입해 마련하는 공공부문 직접일자리가 103만 개, 1.2조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 근로자 45만 명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나머지 57만 개는 각종 지원금을 통해 민간부문에서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재정지원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임시 일자리나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일자리의 질도 열악하여 투입예산 대비 성과가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창출 장려금과 구직촉진수당을 주면서 청년과 중장년층의 민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기업의 호응이 미미해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기존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투자환경에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은 기존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지만, 시장에서 수용가능한 수준을 넘는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는 실패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경영에서 고용부담을 키워 일자리 만들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특히 비정규직이 대세화되는 긱 경제(gig economy)와 인공지능시대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좋은 취지와는 달리 일자리를 늘릴 수 없는 정책이었다.

 

창업 없이 일자리 없다

그렇다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 생계형 창업이 아닌 준비된 창업, 벤처형 창업과 같은 양질의 창업이 필요하다. 준비된 창업, 벤처형 창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창업기업 내부에 인력, 기술, 자금, 마케팅과 같은 경영자원과 이들 경영자원을 동원하고 조직화하는 경영자 리더십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창업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양질의 창업생태계도 필요하다. 일자리 만들기에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의 창업생태계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인력 측면에서는 창업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비된 창업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초중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창업프로그램이나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창업가가 되는 훈련을 한다. 이스라엘도 초등학교부터 기업가정신을 가르치고 가상회사 또는 실제법인을 설립하여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실전에 가까운 창업수업을 한다.

둘째, 기술 측면에서는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축적된 원천기술의 사업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R&D 결과물의 소유권을 연구를 수행한 대학이나 연구기관에게 부여하는 베이-돌법(Bayh-Dole Act)이 이미 1980년부터 정착되어 대학의 특허출원과 사업화를 위한 창업과 산학협력을 크게 활성화시켰다. 핀란드도 대기업 미활용 R&D 성과를 벤처와 중소기업이 활용,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Innovation Mill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정부계 벤처캐피탈인 TEKES는 R&D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화를 전제로 하고 평가 시에도 사업화 실현가능성을 중요 포인트로 두는 기술이전정책을 통해 연구성과를 사업화로 연계시키고 있다.

셋째, 자금 측면에서는 융자보다는 투자 중심의 자금조달로 창업실패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미국의 엔젤 투자는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창업 초기에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여 사라지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단계를 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하는데, 엔젤투자자금은 M&A를 통해 조기회수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이스라엘도 정부(40%)와 민간(60%)이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분담하는 대신, 투자자금을 지원받은 벤처기업이 경영에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을 갚을 필요가 없는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탈 요즈마 펀드(Yozma Fund)를 통해 자본이나 담보능력 없는 벤처기업의 자금조달문제를 해결했다.

넷째, 마케팅 측면에서는 내수시장이 아주 작은 이스라엘, 핀란드의 사례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기업전략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탈이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내수시장 자체가 매우 광대해 전세계 상품이 경쟁하는 글로벌 시장이 되어 있는데,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은 창업기업은 글로벌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경영자 리더십 측면에서는 창업초기 부족한 경영자원과 경영능력을 보완해주는 창업지원기관이나 액셀러레이터가 발달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촌은 중관촌과학기술관리위원회와 창업지원기관, 대학과 연구소, 국내외 유수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창업기업이나 창업 준비 중인 팀이 중관촌과학기술관리위원회에 등록을 하면 자금, 회계, 인력 확보 및 관리, 시제품 생산, 법률 등 창업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명확한 창업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갖고 관련 부처나 단체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정책추진기구도 중요하다. 이스라엘에서는 수석과학관실, 핀란드에서는 TEKES, 중국에서는 국무원이 창업지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데, 정책추진기구의 높은 위상과 함께 창업전문가에 의한 시장친화적 창업지원정책의 일관된 실행이 중요하다.

 

창업국가: 갈길 먼 한국

이런 창업국가의 모습에 비추어 한국의 창업생태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선, 교육기관은 창업할 수 있는 인재육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기관은 주입식 교육으로 기존의 일자리에서 주어진 업무만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취업형 인간의 교육에만 집중하여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형 인간의 교육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GDP 대비 R&D투자 비율은 세계 1위이지만 기술사업화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 있다. 고급기술을 보유한 대학교수나 연구자도 연구논문을 중시하는 인센티브 체계하에서 연구논문에만 관심을 가질 뿐 리스크가 큰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창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담보를 필요로 하는 융자 중심이고 투자는 부진한 상태에 있어 실패시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융자 자금도 대부분 창업초기 단계 지원에 집중되어 시제품 개발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직전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창업 3~7년차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어려워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창업기업의 마케팅도 내수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 중 해외 수출 기업은 28.9%이며 수출이 없는 기업은 71.1%로 조사되고 있다. 내수시장은 규모의 제약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심 경제 하에서 불공정거래로 벤처기업에 현저히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특성이 강해 아직 경쟁력이 취약한 창업벤처들이 성장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초기기업을 지원하는 창업보육기구나 액셀러레이터의 활용도 아직 미흡하다. 우리나라 창업기업들은 동업이나 협업에 익숙하지 않고 외부의 도움없이 단독으로 하려는 경향이 강해 기업 생존과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창업국가: 창업생태계 구축과 패러다임 전환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창업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의식, 관행, 제도, 정책 등을 모두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준비된 창업인재의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일자리를 찾는 지금까지의 취업중심 패러다임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창업교육을 의무화하고 기업채용에서 공무원 채용에 이르기까지 채용기준에서 창업훈련이나 창업경험을 중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채용기준이 바뀌면 개인의 학습내용도 교육의 커리큘럼도 모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계형 창업이 아닌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급기술을 보유한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창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연구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R&D투자도 평가기준을 사업화여부를 최우선하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실패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창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정책자금 지원부터 융자방식에서 투자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 중심의 자금조달은 지원대상기업에 대한 충실한 정보에 입각하여 투자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업의 투명경영과 실력있는 평가전문가의 확보를 전제로 하는 만큼 정책지원방식도 이와 연계하여 재편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창업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벤처의 지정과 정책지원의 기준에서 글로벌화의 비중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동반성장정책도 글로벌 시장 진출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나홀로 창업의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독창업보다 협업창업에 대한 정책지원비중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창업자의 부족한 경영능력을 보완하는 창업보육기구나 액셀러레이터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창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취업중심 패러다임에서 창업중심 패러다임으로, R&D 중심 패러다임에서 R&BD중심 패러다임으로, 융자중심 패러다임에서 투자중심 패러다임으로, 내수시장 중심 패러다임에서 글로벌 시장 중심 패러다임으로, 개별 창업 중심 패러다임에서 협업 혹은 생태계 창업 중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쉽지 않다. 이런 쉽지 않은 패러다임 전환의 실행 여부에 따라 창업국가로 갈 수 있느냐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미래는 일자리를 만드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양극화될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백필규는 현재 중소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고,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일본 히토츠바시(一橋)대학 사회학 석사 및 박사(노사관계 전공)를 받았다. 중소기업의 인력정책과 창업정책, 혁신경영 등을 연구하고 있고 「중소기업 인력수급 미스매치 개선정책에 관한 연구」(2013), 「한국형 중견기업 성장모델로서의 오픈 챔피언」(2015), 「중소기업중심 경제구조의 실현방안에 관한 연구」(2016), 「창업국가의 조건」(2017)등의 논문과 『나는 골목의 CEO다』(2013), 『한국의 경제생태계』(2017), 『왜 창업인가? 창업국가, 일자리국가로 가는 길』(2020) 등의 저서가 있다.

백필규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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