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콘셉트 일색인 던진 한방의 승부수

[뷰티한국 윤지원 기자] 아이돌 그룹 붐이다. 지난해 섹시한 몸매를 강조한 그룹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아이돌들의 노출에 대한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아이돌그룹들의 같은 콘셉트와 의상, 스타일은 쉽게 팬들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그룹이 있으니 이른바 ‘히어로’를 콘셉트로 잡은 ‘크레용팝’이다.

▲ 헬멧과 트레이닝복 등 ‘히어로’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크레용팝(사진=크레용팝 공식 홈페이지)
▲ 헬멧과 트레이닝복 등 ‘히어로’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크레용팝(사진=크레용팝 공식 홈페이지)
머리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채 나란히 서서 이른바 ‘직렬 5기통춤’을 추는 크레용팝은 요즘 대세 걸그룹을 불린다. 그들의 곡 ‘빠빠빠’는 음원사이트에서 내로라하는 인기 걸그룹들과 순위를 다투고 있다. 크레용팝의 무기는 여타 걸그룹과는 달리 모든 걸 내려놓은 독수리 오형제를 연상시키는 ‘히어로’ 콘셉트다. ‘먼저 노래에 중독되고 나중에 팬이 된다’는 삼촌팬들의 증언처럼 ‘빠빠빠’는 독특한 가사와 안무로 사랑받고 있으며 연예계 곳곳에서도 패러디 열풍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얼마 전 SNL에서 김구라와 크루들이 함께 꾸민 ‘구라용팝’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 구라용팝과 ‘빠빠빠’춤 인증한 유아인(사진=tvN 방송캡처, 유아인 인스타그램)
▲ 구라용팝과 ‘빠빠빠’춤 인증한 유아인(사진=tvN 방송캡처, 유아인 인스타그램)
배우 유아인도 ‘크레용 팝’의 팬을 자처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빠빠빠’의 직렬5기통 안무를 추는 사진을 올린 유아인은 “맨 오른쪽의 절도 있는 실루엣이 본인”이라며 인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얼마 전 전역한 휘성도 “군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은 ‘에이핑크’이고 가장 신나게 따라하는 그룹은 ‘크레용팝’이다”라고 말하며 군대 내에서 이 독특한 걸그룹의 인기를 증언했다.

▲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하면서도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 그룹 f(x) (사진=f(x) 공식 홈페이지)
▲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하면서도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 그룹 f(x) (사진=f(x) 공식 홈페이지)
지금까지 다른 걸그룹과 차별을 두려는 노력은 계속돼 왔다. 핑클, SES를 시작으로 거듭 나타난 예쁜 여자 걸그룹들에 질린 팬들을 사로잡을 무기가 필요했던 것. 그 대안으로 SM엔터테인먼트가 시도한 사차원 걸그룹 콘셉트의 ‘f(x)’는 독특한 노래가사와 톡톡 튀는 의상,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로 무장해 팬들에게 어필했다. f(x)의 시도도 어느 정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고 귀여운 외모를 포기하지 않은 점에서 크레용팝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걸그룹들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크레용팝(사진=크레용팝 공식 홈페이지)
▲ 걸그룹들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크레용팝(사진=크레용팝 공식 홈페이지)
크레용팝도 이전엔 여타 걸그룹과 같이 핫팬츠를 입고 무대에서 멋진 의상과 춤을 선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2012년 발표한 데뷔곡 ‘saturday night’은 2NE1을 생각나게 하는 강렬한 비트와 화려한 의상을 콘셉트로 선보였지만 그 당시 유행하던 섹시함을 무기로 삼은 다른 걸그룹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끝에 스스로 헬멧과 트레이닝복이라는 걸그룹으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콘셉트를 들고 나와 거리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이벤트 등을 통해 지금의 인지도까지 끌어올린 것은 멤버들 각자의 의지가 이뤄낸 성과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걸그룹계의 섹시 콘셉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 해서 노출을 부각시킨 여자 아이돌들이 등장하는 가요계에서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기상천외함을 무기로 삼은 크레용팝의 모습이 빛나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윤지원 기자 alzlxhxh@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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