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자리 잡은 캐릭터와 반가운 제작진과의 줄다리기

▲ 주춤하고 있는 일요 예능의 강자 1박2일(사진=KBS홈페이지)
▲ 주춤하고 있는 일요 예능의 강자 1박2일(사진=KBS홈페이지)
한때 강호동을 대표 MC로 만들며 국민 예능이라고 불린 1박2일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최근에는 폐지설이라는 루머까지 돌며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뒤흔들기도 했다. 1박2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등의 멤버가 교체되고 제작진까지 바뀌면서 1박2일은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잡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런닝맨은 유재석이라는 기둥을 중심으로 하로로, 기린 이광수, 임팔라 지석진, 월요커플 등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잡아 매회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MBC의 ‘진짜 사나이’도 아기병사 박형식, 초긍정맨 류수영 등 평소 발견하지 못했던 출연진들의 장점을 부각시켜 예능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에 비해 1박2일의 출연진들은 자신만의 캐릭터 구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런닝맨'과 '진짜 사나이'의 캐릭터 구축(사진=SBS 런닝맨, MBC 진짜 사나이)
▲ '런닝맨'과 '진짜 사나이'의 캐릭터 구축(사진=SBS 런닝맨, MBC 진짜 사나이)
또한 1박2일을 보는 재미 중 하나였던 제작진과의 실랑이가 사라졌다. 나영석 PD와 출연진들이 미션의 성공과 실패를 두고 밀고 당기는 싸움은 1박2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지금은 매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자 게스트들에게 다소 의존하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1박2일에서 사라진 캐릭터와 재미를 나영석 PD가 케이블 채널로 옮겨가 만든 ‘꽃보다 할배’에서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나영석PD는 첫 케이블 프로그램으로 여행이라는 본인의 장기를 그대로 살렸다. 물론 평균연령 76세의 H4들과 유럽여행을 떠난다는 그 발상은 누구보다 참신하다.

▲ 순식간에 H4의 짐꾼으로 추락한 이서진(사진=tvN '꽃보다 할배')
▲ 순식간에 H4의 짐꾼으로 추락한 이서진(사진=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배’는 신의 한수로 이서진에게 짐꾼 역을 맡기는 선택을 한다. 평소 나영석PD와 친분이 있던 이서진은 ‘미대형과 떠나는 미술여행’에 아이돌들과 함께 출연한다는 말에 반색을 하며 공항을 찾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늘같은 대선배 H4다. 나이 마흔이 넘은 그지만 평균나이76세의 할배들 앞에선 그저 어린아이일 뿐. 짐꾼을 시작으로 일정계획, 자금계산까지 궂은일을 도맡아하며 고생길에 접어든다. 점잖은 그라도 PD에게 불만을 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원치 않은 여행에 끌려와 사서 고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4에게는 항상 깍듯하고 챙기는 이서진의 모습은 여행지의 풍경과는 또 다른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 순식간에 캐릭터를 잡은 꽃보다 할배 출연진들(사진=tvN '꽃보다 할배')
▲ 순식간에 캐릭터를 잡은 꽃보다 할배 출연진들(사진=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배의 놀라운 점은 무엇보다 방송1회 만에 직진순재, 구야형 등 출연진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았다는 것이다. 제작진도 평균나이 76세의 방송계 대선배들에게 무리한 몸개그나 설정을 맡기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제작진의 걱정을 알기라도 하듯 50년을 함께 일해 온 할배들은 맏형 이순재와 신구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방송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알아내고 적응했다.

▲ 1박2일과는 다르게 출연진과의 실랑이에서 밀리는 제작진들(사진=tvN '꽃보다 할배')
▲ 1박2일과는 다르게 출연진과의 실랑이에서 밀리는 제작진들(사진=tvN '꽃보다 할배')
1박2일의 재미였던 제작진과의 밀고 당기기도 꽃보다 할배에 그대로 살아있다. 1박2일에서는 제작진이 절대 우위에 있으면서 출연진들을 달래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할배들에게 제작진들이 당한다. 물랑루즈를 구경하고 싶다는 할배들의 요구에 제작진은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지만 H2 신구의 “어르신들 모셔놓고...”라는 말 한마디에 물랑루즈 공연비 전액을 내놓고 만다. 시청자들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나영석PD의 쩔쩔매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제작진도 출연자의 한 명으로 만드는 나영석PD의 특기가 그대로 발휘되고 있는 것.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할배들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됐다. 좌충우돌하는 할배들의 모습과 멋진 유럽의 풍광의 모습이 아직 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되고 있지만 H4는 벌써 대만 여행까지 마쳤다고 한다. 한 템포 쉰 겨울에 다음 여행을 또 떠난다고 하니 앞으로도 세계를 유람하는 H4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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