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넘어 유령을 환대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 『마르크스의 유령들』... “사회주의자 마르크스는 무덤에서 입 닫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는 것이 철학자 데리다의 대답이다. 그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쓰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이 지적될 때마다 마르크스 이론이 유령처럼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돌아가신 부모님 말씀을 떠올려 지금의 나에 대한 문제점을 각성하고 성찰해 나가는 것과 같다. 종교적인 메시아의 부활 개념도 같은 이치다.
▲ 『마르크스의 유령들』... “사회주의자 마르크스는 무덤에서 입 닫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는 것이 철학자 데리다의 대답이다. 그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쓰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이 지적될 때마다 마르크스 이론이 유령처럼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돌아가신 부모님 말씀을 떠올려 지금의 나에 대한 문제점을 각성하고 성찰해 나가는 것과 같다. 종교적인 메시아의 부활 개념도 같은 이치다.

 

올 여름은 한낮에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럴 때에는 유령 이야기가 제격이다.

'해체와 경계의 철학자'인 데리다(Jacques Derrida, 1932-2004)는『마르크스의 유령들(1993)』을 출간,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책으로서는 다른 어떤 책보다 화제의 중심이 되면서 그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게 된다.

사실 유령은 살아 있는 것도 죽어 있는 것도 아닌, 존재와 무(無)의 경계 위에서 살아가는 한에서 결코 소멸할 수 없으며, 언제든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을 경우 다시 돌아와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으니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다.

 

◇ 존재 ㆍ유령ㆍ무(無)

 

존재는 무(無)보다 작다. 고로 유령이 존재와 무(無) ‘사이’에 위치하듯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 에서 살아간다.

하이데거(Heidegger, 1889~1976)의 영향을 받은 데리다는 마침내 존재(의 경계)를 넘어 유령으로 천착해 들어간다.

이념적으로 경계에 선 그는, 1990년대 초에 이미 소련을 중심으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쇄 몰락이라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유산 없이는 누구도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다고 보았다.

고로 그의 유령론은 단순히 존재론을 대체하는 이론이 아니라, 레비나스(E.Levinas. 1906~1995)의 수동적 윤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무한성을 지닌 타자(他者), 곧 자본이라는 유령 내지는 '제2의 자연'의 출몰에 대한 적극적 책임의 윤리 및 정치를 설파한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승리를 구가함에도 불구하고 ‘10대 재앙’, 즉 실업, 빈곤, 노동인권 탄압, 망명 및 이주, 경제전쟁, 자유시장의 모순, 민족 간 전쟁, 외채, 빈부격차, 자살 등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여전히 마르크스의 인본적이며 이념적인 유산에 대한 상속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사실 마르크스주의 정신이란 자기비판과 재평가를 하는 것이므로, 스스로 비판을 통해서 구분하고 성찰할 때, '자본이 전부다'라는 물질 만능주의의 해체방안 내지는 해방운동이 모색될 수 있다.

데리다는 유령과 정신을 구분함으로써 현재의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각성하고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야 함을 역설한다.

요컨대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 이론이기 이전에 물신숭배에 대한 탈출구이자 억압ㆍ착취ㆍ차별 등을 받는 타자들에 대한 해방운동이라는 점에서도, 자본주의가 살아있는 한, 유령처럼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 『마스크의 유령들』... 한병현의 『사회약료와 보건의료체계』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마스크의 유령들』이라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의 약물 중심 보건의료 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코로나19가 사라진다 해도 마스크는 늘 유령처럼 인간사회를 맴돌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사진= 다음카페 ‘라틴어 포털:라틴어의 모든 것’)
▲ 『마스크의 유령들』... 한병현의 『사회약료와 보건의료체계』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마스크의 유령들』이라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의 약물 중심 보건의료 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코로나19가 사라진다 해도 마스크는 늘 유령처럼 인간사회를 맴돌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사진= 다음카페 ‘라틴어 포털:라틴어의 모든 것’)

 

◇ 마르크스의 유령들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시간이 이음매에서 어긋나 있다(The time is out of joint)"는 문장으로 시작함으로써 (인간처럼) ‘불완전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맹점에 의지하여 전개한다.

즉 햄릿의 유령을 차용함으로써 끊임없이 햄릿을 따라다니며 사고 깊숙이 자리 잡고 떠나지 않는 유령처럼, 자본주의에서도 마르크스의 사상이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사실 그의 유령은 (헤겔의) 정신을 물질로 육화(변화)시킨 것으로써, 이 변화는 실천을 강조하기 위한 마르크스적 개념을 말한다.

원래 유령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현재에 문제가 있으면 그때 그때 생겨나는 것처럼 출몰한다.

고로 이념이 제도화 되었을 때 그것에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대안을 찾는 시도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며, 마르크스의 정신 또한 시대에 맞게 계속 변화해야 함을 뜻한다.

또한 자본의 물신성의 유례를 따지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해 마르크스의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소환한다.

결국 시간이 '이음매에서 어긋나 있음'은, 시간적 질서의 왜곡이나 일탈이 아닌, 존재의 질서 안에 근원적 탈구와 틈새(‘사이’)가 있기에 인간이 숙명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불행이나 악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적 장래의 도래 조건이자 정의의 실행 기회를 나타내는 것임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시간의 흐름 안에, 존재자의 질서 안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어긋남 혹은 틈새(‘사이’)는 계산 가능성과 인과응보의 논리에 균열을 냄으로써 법적인 처벌과 보상의 논리를 초월하는 정의의 도래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데리다는 정신적ㆍ희망적인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실천적인 형태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함을 설파, ‘사이’를 파고 들어감으로써 계몽ㆍ철학ㆍ과학을 바탕으로 한 해체, 곧 환상 및 신비주의의 해체에 방점을 찍는다.

요컨대 현대 서구식 자본주의를 질타하고자 데리다는 마르크스의 정신과 사상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기에 현재의 정치제도가 무엇이든 유령들이 우리의 존재와 삶 속에서 항구적인 요인들이며 그런 유령들과 모종의 화해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주는 ‘유령학’이 필수임을 역설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맞이하여 데리다는 지구촌에 이처럼 일갈하는 듯하다 : “(오늘날에도)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우리는 그 유령들을 푸닥거리로 쫓아내야 할 것이 아니라, 외려 환대해야 한다.”

존재를 넘어 유령을 환대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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