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 사랑하고 '개인지도'의 시를 읊조리는 당신이 유빕이다.
얼마 전 필자의 사위(옥찬영 M.D./Ph.D.)가 다니는 스타트업회사('루닛')가 '투자의 귀재' 손정의에 의해 AI 의료기술을 인정받아 투자유치에 성공했다(조선biz 2021년 6월 27일자 기사 참조).
살면서 무엇보다도 타자(他者)로부터 인정받아야 함을 역설한 사람은 헤겔(Hegel, 1770~1831)이다. 또한 타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함을 설파한 사람은 레비나스(E.Levinas. 1906~1995)다.
한편 동양철학에서도 우리가 사는 이치를 흥미롭게 풀어 준다.
◇ 칠일래복
주역의 계사전 하편(실천편)에서는 64개의 괘들을 이런 특징과 저런 모습으로 분류하고 부분집합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12벽괘설>은 12개의 월에 각 음양표시를 붙여서 그것을 '12벽괘'라고 부르는데 벽괘(辟卦)에서의 벽(辟)은 임금벽이라 읽으며 주요한 괘라는 뜻이다.
이는 한(漢)나라 시대의 역학자 맹희(孟喜)가 12개의 월마다 거기에 맞는 12개의 괘(예: 지뢰복, 지택림, 지천태, 뇌천대장, 택천쾌, 중천건, 천풍구, 천산돈, 천지비, 풍지관, 산지박, 중지곤 괘를 말함)를 배당해 놓은 것으로 64괘에서 뽑은 것이지만 64괘의 순서와는 차이를 보인다.
그림과 같이, 음력 10월(亥月)은 음기(陰氣)가 가장 왕성한 달로서 음효만 여섯이다. 11월이 되면 제일 아래에서 양(陽)의 기운 하나가 돋으니 마침내 양월(陽月)이 시작되며 지뢰복괘의 복(復)월이고 자(子)월이 된다. 이는 1년의 순환을 음양의 변화로 표시한 것으로 양력 12월 음력 자월(子月)에 일양(一陽)이 생겨난다.
그리고 양력 1월 음력 축월(丑月)에 二양, 양력 2월 음력 인월(寅月)에 三양, 양력 3월 음력 묘월(卯月)에 四양, 양력 4월 음력 진월(辰月)에 五양, 양력 5월 음력 사월(巳月)에 六양으로 양의 상태가 극에 달한다. 동양의 사상이 종시(終始)에 기반 하기에 끝이 다시 시작이고 시작하면 끝을 향해 나아간다.
즉 사월(巳月)에 六양으로 양(陽)이 극해 달하면 드디어 반전이 일어난다. 그 결과 양력 6월 음력 오월(午月)에 一음이 생기고, 양력 7월 음력 미월(未月)에 二음이 되고, 양력 8월 음력 신월(申月)에 三음이 되고, 양력 9월 음력 유월(酉月)에 四음이 되고, 양력 10월 음력 술월(戌月)에 五음이 되고, 양력 11월 음력 해월(亥月)에 六음이 되어 음이 극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음이 극에 달하면 다시 一양이 시작된다.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괘의 이름이 지뢰복괘(復卦)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즉 지뢰복괘에서는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소인지도(小人之道)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군자지도(君子之道)가 반드시 회복되고 돌아옴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복(復)은 군자지도인 양(陽)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군자지도인 ‘양’이 지금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많은 동류의 양이 모이면 점차 성(盛)하게 되어 허물이 없게 된다. 이것이 천도(天道)의 변화임을 말하고 있다.
한편 <12벽괘설>에 의해 '칠일래복(七日來復)'이란 말이 나왔는데 이는 양기가 오는 수치를 전적으로 말한 것으로 7은 곧 양기가 움직이는 수치다. 즉 곤괘의 초효부터 일곱 번을 지나면 복괘가 되고, 양이 없어지는 구괘(姤卦)에서 일곱 괘가 변해 양이 시작하는 복괘가 된다. 여기서 칠일은 사람이 행하기에 따라 7일, 7달, 혹은 70년이 될 수도 있는 상징적인 수치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다. 자기중심적인 소인지도의 길은 주역이 요청하는 메시지에서 거리가 멀다. 외려 타자로부터 인정받고(헤겔), 타자를 사랑하는 일(레비나스)이 올바른 길이다.
칠일래복. 한 세대가 흘러 장인(사회약료)과 사위(현대의료)가 각기 자기 분야에서 핵심과 여백으로 진리를 추구하며 보람찬 삶을 살게 되었다.
굳이 하이데거(Heidegger, 1889~1976)의 '각자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제 필자의 가문에 일양(一陽)이 든 것이다. 문득 《중정 주역》을 탈고한 뒤에 영감을 받아 쓴 한시(漢詩)가 떠오른다.
◇ 개인지도(個人之道)
좌경천리 입경만리 문중유화 화중유심
(坐景千里 立景萬里 文中有畵 畵中有心)
앉아서 천리를 보고 서서 만리를 보니
글 속에 그림있고 그림 속에 마음있네
천지해묵 일필휘지 인생예찬 희열무량
(天紙海墨 一筆揮之 人生禮讚 喜悅無量)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삼아
한 붓으로 단숨에 내려써
삶을 노래하니 기쁨이 그지 없네
질풍노도 유유자적 인생필연 범사감사
(疾風怒濤 悠悠自適 人生必然 凡事感謝)
강한 바람 성난 파도 흐르는 강물처럼
삶이 꼭 그러하니 모든 일에 감사하네
항심항신 개인지도 약무개인 시무세상
(恒心恒身 個人之道 若無個人 是無世上)
몸과 마음이 늘 푸르러 개인의 도를 이루니
개인 없이는 세상 또한 없네
살면서 인정받고 사랑하고 '개인지도'의 시를 읊조리는 당신이 유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