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사유로 기존질서에 저항하는 실존이 유빕이다.

철학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사랑한다. 지식은 손에 잡히나 지혜는 갇혀있는 체계가 아니기에,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듯이, 영원과 무한으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고로 철학은 진리를 향하여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그에 최적화된 인간과 문화 등을 근원적이면서도 엄밀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우리가 '인간은 불안한 존재다'라고 말할 때, 20세기를 살다간 사르트르(실존주의)가 자유와 불안의 동행을 선언했듯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라캉(정신분석)은 응시와 불안이 동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처럼 '불안' 하나만 보더라도 시대마다 강조점이 다르다.

이러한 배경에서 존재 자체에 근본적인 태클을 걸어 저항함으로써, 제대로 된 존재론의 확립을 통하여 인간실존 및 세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존재와 시간>을 저술한 하이데거야말로, 난해하다고 해서 빼놓을 수 없는, 현대 사상의 거목이 아닐 수 없다.

 

▲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과 관찰로 유럽의 사상계를 주도했던 실존주의 작가. 196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지만 이를 거절했다. 실존주의란 개인의 자유와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상으로 인간 개인은 단순히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라, 행동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주체자이다. ‘내가 있다’고 하는 전제로부터 출발하여 그 ‘나’를 세계와 연결지음으로써 그 전제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다.
▲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과 관찰로 유럽의 사상계를 주도했던 실존주의 작가. 196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지만 이를 거절했다. 실존주의란 개인의 자유와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상으로 인간 개인은 단순히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라, 행동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주체자이다. ‘내가 있다’고 하는 전제로부터 출발하여 그 ‘나’를 세계와 연결지음으로써 그 전제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다.

 

◇ 태클 걸기 : 존재란 무엇인가 

 

하이데거는 고대 철학으로부터 당대까지 보편적이고 자명하다고 보는 선입견(도그마)과 편견(실증주의)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함('평균적 이해')으로써 망각되어 외려 명확한 이해를 방해해온 것이 존재라는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인간만이 자기 자신의 존재인 '실존(實存)'(존재 의미를 묻는 존재자의 특별한 태도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가능성을 말함)에 대해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기에 동물ㆍ식물ㆍ광물 등 다른 존재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내부세계에 갇혀 사는 폐쇄적 존재자가 아니라, 열린 존재자임을 강조한다. 

특히 존재물음과 관련하여, 존재 자체ㆍ존재의미ㆍ존재자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포함하는데, 하이데거는 존재사유를 하는 인간으로서 세계의 문법과 다르게 말하며 저항하는 자를 '현존재'(Dasein)라고 부른 반면, 일상에 빠져 존재사유를 하지 않는 인간, 곧 실존의 망각자를 '세인(世人)'(das Man)으로 구분했다. 

여기서 존재는 존재자를 그러한 존재자로서 현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자의 터(라캉식으로는 무성(無性)의 실재계에 해당함) 혹은 지평(地平)이다.  

즉 어떤 존재자도 자신의 터 혹은 지평 없이는 현출(現出)할 수 없는데 이는 특히 하이데거가 강조한 시간성으로 의미화하면 죽음으로써 무화(無化)된다(無有無). 고로 우리는 죽음을 앞당겨 사유함('시간화')으로써 매순간 결단하며 사는 현존재의 응시적 삶이 근원적 처방임을 인식하게 된다. 

존재와 존재자를 비교하는 경우, 존재가 "자체상 앞서는 것"이므로 존재자보다 선행하는 존재에 대한 인식은 선험적 인식이 된다. 

한편 존재의 선험성을 망각한 채, 일상을 살아가는 현존재의 시선이 오직 개별적 존재자들을 향해 있기에 현존재의 시선을 존재 자체로 돌리려면 현상학적 환원과 해체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하이데거는 자신만의 '해석학적 현상학'(해석학)을 내놓았다. 

여기서 '해석'의 희랍어 어원에는 소식을 전해온다는 뜻을 내포, 시간성 중에서도 미래(죽음)로부터 소식을 전해오는 응시(gaze)에 방점이 있기에 하이데거의 해석은 오늘날 죽음충동으로 응시된 주체가 포획한 이해의 완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존재물음에 대한 본격적인 해명을 위하여 현존재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고로 존재사유의 차원에서 실존의 근본구조인 심려 중심의 기초적 존재론을 전개하면서 하이데거는 먼저 현존재의 근본 틀로써 '세계-내-존재'를 제시한다. 

 

◇ 세계-내-존재 

 

이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고립된 인간이 그 자체로 완결된 외적 세계에 대해 인식 주체로서 서로 향하여 접근해 간다고 하는 근대 철학의 기본적인 구도를 배제하고, 자신이 "언제나 이미" 일정한 세계 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성의 사실로서 발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방식을 강조하는 용어다. 

<존재와 시간>에서는 우선 '세계-내-존재'가 현존재의 존재 체제로서 규정되고, 그것이 통일적이고 전체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데 기초하여 그 구성계기로서 '세계',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그때마다 존재하는 '존재자', '내-존재'의 셋이 거론된다. 

또한 이에 대응하여 순차적으로, 말하는 바의 세계의 세계성, 존재자인 현존재의 공존재(共存在), 자기, 나아가 그 일상적인 존재방식으로서의 '세인(世人)',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존재의 구조가 분석, 해명된다. 

이때 세계-내-존재에서 말하는 세계란 사물의 총체라든가 이념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현존재의 다양한 영위에서 막연하면서도 전제되어 있는 '의미 연관'의 전체이다. 

또한 내-존재란 사물들끼리의 공간적인 포함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연관을 이해하는 현존재의 개시적인 존재방식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하이데거는 이것을 정황성과 이해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의미는 어떤 것의 이해가능성이 그 안에 머물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개개의 사물이 도구로서 만나지게 될 때 그것은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과 같은 귀추 연관이 거기서 미리 막연하게 예상된다. 명확한 경계를 결여한 채로 포획되고, 지평으로서 개개의 사물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그와 같은 연관의 총체가 여기에서 말하는 세계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처럼 하이데거의 철학은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하고자 하였다. 일상적 현존재는 환경 세계 내에서 세계 내부적 존재자를 둘러보는 가운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둘러보며 관계맺음'을 교섭이라 하는데, 교섭의 가장 비근한 양식이 '배려'다. 

즉 배려란 세계 내부적 존재자(사물)를 다루고 사용하는 일상적 현존재의 존재양식을 가리키며 도구의 세계로서의 의미 연관을 분석한다. 모든 사물은 인식 이전에 이미 바깥(세상)에 도구로 존재, 하나의 의미체계로써 형성되어 있기에 현존재는 도구를 사용, 존재의미를 해석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한편 심려는 타자에 대한 현존재의 이해적 관계방식을 규정하는 말이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현존재의 존재는 심려(염려, 마음씀)가 키워드다. 고로 배려는 심려가 세계 내부적으로 도구적인 것과 관계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러나 공동 존재에서 우리가 만나는 존재자는 도구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 현존재자로서의 타자(他者)이다. 따라서 타자에 대한 심려가 배려일 수는 없다. 

우리는 타자를, 마치 도구적인 것을 대하듯, 조작하고 이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자를 돌보아주고 보살펴 주는 것이 현존재의 심려이다. 타자에 대한 이러한 심려를 염려라고 부른다. 심려는 공동 현존재자들 사이의 관계 맺음의 방식인 것이다. 

요컨대 <존재와 시간>의 전반부에서는 현존재의 예비적 기초분석을 전개하면서 이 세계의 일상적인 양태인 환경세계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도구존재와 객체존재의 구별, 귀추 연관, 현존재의 공간성 등에 대한 일련의 탁월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무유무(無有無)ㆍ동욕쟁(動欲爭)의 존재사유로 기존질서에 저항하는 실존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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