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 애드리브까지 넣어 자유롭게 노래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라캉은 지적(知的) 사유의 용광로였기에 의학 철학 인류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상을 녹여 고유한 상상계ㆍ상징계ㆍ실재계의 3계를 발명했다.

상상계에서 인간은 자기 마음대로 상상을 하는 '환상적인 구조'(나르시시즘의 동일시) 속에 살지만, 이미 구성되어 있기에 통제 불능의 상징계에 진입한 이후에는 '억압의 구조' 속에 살게 된다.

왜냐하면 상징계에서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언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든 사물을 상징화하는 언어가 부여하는 의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간이 언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려 언어가 인간을 만든다고 볼 수 있기에 라캉은, 세계(상징계)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고 언어가 사람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주체, 즉 언어에 의해 "생각당하는" 주체임을 지적한다.

 

 

▲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 1896~1982) 러시아 출신의 미국 언어학자이자 프라하학파의 창시자. 언어학을 통해 현대 구조주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1956년 실어증을 연구로 은유와 환유가 언어 구조의 핵심 축임을 밝혔다.
▲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 1896~1982) 러시아 출신의 미국 언어학자이자 프라하학파의 창시자. 언어학을 통해 현대 구조주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1956년 실어증을 연구로 은유와 환유가 언어 구조의 핵심 축임을 밝혔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무의식적 기표들의 운동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이 바뀐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라캉의 비아냥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I think where I am not, therefore I am where I do not think)."

이는 데카르트의 코기토(사유 주체)를 뒤집은 것이다.

데카르트와는 달리, 라캉은 인간의 주체를 무의식의 주체로 보았고,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체를 의미화 과정의 연쇄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왜냐하면 주체는 하나의 기표로 표현되는 듯 하지만 결국 또 다른 기표로 대체되면서 "백팔번뇌처럼" 쉽사리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목걸이처럼 기표로부터 또 하나의 기표로 끊임없이 연쇄화 되는 것을 '기표의 연쇄화'라고 한다. 여기서 연쇄란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즉 말하는 자의 빠롤(의미)을 사슬로 묶어둔다는 고정성(붙잡혀 있음)과 다른 기표(체계)의 사슬과 연결한다는 연속성을 뜻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은유와 환유 : 압축(수직연쇄)과 전치(수평연쇄)

 

프로이트가 무의식에서 언어의 역할이 중요함을 인정했지만, 라캉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신분석에서 언어의 중요성을 확실히 했다.

<꿈의 해석>에서 꿈의 작동 원리이자 의식의 검열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기제로서 압축과 전치가 키워드다. 압축은 하나의 단어, 이미지 또는 사건에 몇 가지의 의미가 융합되는 경우이고, 전치는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바뀌는 경우다.

1956년 실어증의 증상을 연구한 야콥슨은 은유와 환유가 언어 구조의 핵심 축임을 밝혔다. 은유의 축은 계열적 선택의 축으로 같은 종류의 단어들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말한다.

예컨대 "나는 라면을 먹는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할 때, 라면은 밥, 빵, 햄버거, 국수 등과 수직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때 라면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음식이 배제되고 억압된다. 즉 라면 이외의 밥, 빵, 햄버거, 국수 등은 기표 사슬에서 미끄러지고 굴러 떨어진 것으로 표현된다.

반면, 환유의 축은 언어의 배열에서 나타나는 수평적이고 통사적인 결합을 말하기에, "나는 라면을 먹는다"라는 문장이 나올 때, "나는" "라면을" "먹는다"라는 요소들이 서로 인접함으로써 하나의 문장을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문맥상, (욕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다음 문장은 "그리고 노래방에 간다" 등으로 계속해서,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라캉은 바로 그 해에 언어의 두 가지 작동 원리인 은유와 환유의 축을 원용하여 압축을 은유로, 전치를 환유로 연계함으로써 무의식이 언어기호체계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주창, 획기적인 진척을 이룩한다.

이제 무의식의 작동이 기본 법칙인 은유와 환유를 통해 진행되는 욕망으로 설명될 수 있다 : '주체는 은유에 의하여 구성되고, 욕망은 환유에 의해 지속된다.'

압축처럼, 은유의 억압(배제)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작동원리의 기반을 이루는 반면, 환유는 전치처럼 의미화의 축에서 하나의 요소가 다른 요소를 끊임없이 지칭하는 통시적 운동이기에, 의미의 확정은 계속적으로 연기되고 유예된다.

사실 결핍으로서의 욕망도 아버지의 이름이 지배하는 상징계에서는 계속적으로 유예된다. 그 결과 환유는 의미가 배제된 기표 간의 연결 자체이기에 욕망을 환유로 설명할 수 있다.

의미는 고정된 게 아니라 기표 밑으로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굴러떨어진다. 기표들이 고정된 의미를 발생시킨다면 무의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기표의 연쇄화가 은유 작용에 의해 출발하며 의미는 가변적이기에 그것을 좇는 욕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표의 연쇄화의 한 쪽 끝에는 은유가 있고 또 다른 한쪽 끝에는 환유가 있다. 기표의 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기표에 의하여 해체된 주체 

 

우리는 언어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언어가 없이는 우리를 표현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 주체 역시 언어에 의존함으로써만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기에 그에게 부여되는 위치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보편적 운동으로서의 담론 속에 주어져 있는 셈이다.

이처럼 라캉의 주체는 데카르트의 명석 판명한, 이성적 주체가 아니라, 대타자의 기표 아래에서 사회적 상징과 무의식적 욕망에 예속되어 소외된, 수동적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창조할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다. 송창식의 노래에 '우리는'이라는 곡이 있다 :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도 모두 알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연인" 

악보의 음표라는 기표에 붙잡혀서 억압되고 해체된 존재이나 창의적으로 애드리브까지도 넣어서, 수직적ㆍ수평적으로 자유롭게 꿈꾸며 노래하는 당신은 노예가 아닌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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