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거울에 비친 서울과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환상에 속지 않는 당신일 때 유빕이다.

엊그제 군대 간 큰 아들이 전역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 구조가 바뀌면서 가족의 새로운 場이 펼쳐졌다.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며느리가 들어오고 또 한 번 집안 구조가 바뀔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흘러가리라.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한 가정의 구조변화도 이렇게 큰일인데, 인류 문화의 전체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 그 영향이 얼마나 클 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6000년 동안 지속되어온 약물의 독점체계를 해체하고 사회약을 도입하여 藥의 세계가 약물(핵심)과 사회약(여백)이라는 이원화된 구조임을 밝혔고, FDA가 사회약을 공식 승인했기에 이제 인류의 건강증진은 새로운 구조속에서 보다 탄력을 받을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라캉은 인류 문화사적으로 의미있는 구조 변경을 두 번씩이나 해냈다. 그 첫 번째가 거울단계의 도입이다. 이로써 상상계가 탄생했다. 

라캉은 정신의학에서 정신분석으로 전향하면서 상상계라는 신개념을 도입하고 그 영향력을 규명하는데 집중한다. 이는 당시의 자아중심의 철학이 중시하던 의식(이성)과 지식의 본성을 망상적인 것으로 거부하는 핵심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라는 자기의식을 갖고 대상들을 자아를 중심으로 한 대상관계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타자성을 바탕으로 건설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상상계 덕분이다. 

라캉은 '상상적'(imaginary)이라는 용어를〈거울 단계 The Mirror Stage(1936)〉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거울단계에서 자아의 형성이 상상적 질서의 기초가 되며, 자아는 생후 6개월~18개월 된 유아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와 동일시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에 동일시가 상상적 질서(통일성)의 중요한 측면이 된다. 

즉 거울 이미지에 동일화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을 전체적으로 경험, 파악하고 형성하지만, 이는 동시에 타자를 통한 자아의 형성이라는 소외의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타자이다." 고로 자아란 사실 자신의 '실재'를 망각, 오인함으로써 형성된다고 본다. 

요컨대 거울에 비친 가상적인 자신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전적으로 자신과 동일시하므로 이는 근본적으로 나르시스적이다. 고로 이 편집증적 나르시시즘은 공격성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 존 윌리엄 워터 하우스作 <에코와 나르키소스>. 나르시시즘은 자기애(自己愛)를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다 결국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Narcissos)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 존 윌리엄 워터 하우스作 <에코와 나르키소스>. 나르시시즘은 자기애(自己愛)를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다 결국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Narcissos)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 나르시시즘의 기원 : 그리스 로마 신화

 

어머니 리리오페는 강의 요정인데, 케피소스 강의 홍수에 휘말린 후 나르키소스를 낳게 되었다. 그녀는 유명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아들의 운명을 물어보았는데, 테이레시아스는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얼굴만 보지 않으면 오래 산다고 예언했다. 

이 말을 듣고 리리오페는 동료 요정들에게 부탁해 아들이 수면에 닿으면 얼굴을 보지 못하게 조치를 해놓았고 나르키소스는 잘 자라난 듯 했지만, 문제는 자존심이 너무 세서 수많은 님프들의 구애를 받았으나 모두 귀찮다며 차버렸고, 화가 난 님프들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기도해 그에게 저주를 내리게 하였다. 

그 저주로 나르키소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으며 이후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을 그리다가 그대로 빠져 익사했다. 그 뒤 그가 숨을 거둔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수선화다. 

이처럼 자신에게 애착을 가진다는 뜻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이라는 말은 나르키소스의 영어 이름인 나르시스에서 따온 것이다. 

한편 소외란 전체(온전함)를 전제할 때만 성립하기에 유아는 '파편화된 신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자기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함에서 오는 소외를 경험하기에 자아는 출발부터 균열된 자아로서 후기 프로이트가 추구하는 통일된 이미지의 자아가 아닌, 분열된 이미지의 자아임에 주목해야 한다.  

즉 상상적 질서의 통합은 불완전하며, 심각한 경우 분열된 육체에 대한 환상으로 나타나 육체 이미지의 통일성을 파괴한다. 거울단계에 내재한 공격성 및 공격적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징계로의 진입이 필요하다.  

라캉에게 상상계는 분열된 육체를 상상적으로 통합하는 총체적 이미지라는 의미와 더불어 엄마와 아기의 이자(二者)관계, 의미의 고정, 나르시시즘(자아 형성의 출발점, 자기애인 동시에 소외), 차이 및 결여의 망각, 쾌락 원리 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 동일시의 환상 

 

라캉은 거울이야말로 세계를 비춰볼 수 있는 인류문화의 토대(구조)로 보았다. 동일시에 빠져있는 자아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바라보면 세상이 흥미진진하고 멋진 세계로만 보인다.  

거울의 표면이 이제 세계를 바라보는 거울(speculum)로 자리매김하면서 장관(spectaculum. 여기서 '스펙터클'이 유래함)으로 보이기에 이 무의식의 구조에 기인하여 환상의 세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은, 유아기 때에 이미, 거울단계의 나르시시즘 즉 동일시를 통하여 자기자신에 대한 편집증적인 세계관 형성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라캉은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징계의 주체가 아직 남아 있기에 상상계의 자아는 미완성이고 오인구조 속에서 늘 기만하는 존재다. 상상계(환상의 구조)의 자아와 상징계(억압의 구조)의 주체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구름에 가려진 실재계의 정상을 그나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난 솔로몬의 한마디가 들리는 듯하다 :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2020년 가을, 거울에 비친 서울과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비록 마스크만 보일 뿐이더라도 거울을 보며 환상에 속지 않는 당신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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