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공문 메일 늦게 보낸 화장품협회, 코로나19 속 상표권 경고장 날린 LG생활건강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아라,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 등의 말들은 남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우리가 흔히 주고 받는 이야기지만 좀처럼 지켜지기 어렵다. 그만큼 자제하고,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의 모습들은 이러한 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오해든, 사실이든 사회적으로 높은 인격이 요구되는 단체나 기업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 단체 등이 일을 하다보면 이러한 말들이 나오는 것은 늘 있는 일이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속에 담은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우선 대한화장품협회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받은 업계 의견 수렴 공문을 늦게 회원사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공지를 게시 하지 않고 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내용을 먼저 설명하면 이렇다. 화장품의 포장에 화장품책임판매업자뿐 아니라 화장품제조업자에 대한 정보 표기를 의무화 하고 있는 현행법을 화장품책임판매업자만 표기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김원이 의원에 의해 지난 16일 대표 발의됐다.

발의 법안에 따르면 현행법 상 화장품의 포장에 화장품책임판매업자뿐 아니라 화장품제조업자에 대한 정보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어 화장품 분야의 주요 수탁 제조사의 독점이 발생하거나 해외 업자들이 유사품 제조를 의뢰하여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현행법령 상 유통 제품의 품질·안전 책임이 화장품책임판매업자에게 있고 외국과의 규제 조화를 위해서도 화장품제조업자의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표시될 필요는 없으므로 화장품의 포장에 화장품책임판매업자의 상호 및 주소만 기재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것이다(안 제10조).

2019년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 했던 내용과 비슷하다. 때문에 이에 대한 논란도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K뷰티 미래 화장품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화장품 제조업자에 대한 표시 의무화제를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대한화장품협회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관련 협회들 모두 이 법안 통과에 찬성을 표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우도 이 법안 통과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등을 내세운 소비자 단체와 일부 화장품 전문 제조사들과 일부 화장품 브랜사 중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매년 관련 법안이 나오고 서로 간 첨예한 대립을 보인 사안임에도 전체 업계의 의견을 묻거나 조사한 내용이 없지만 대략적으로 올해는 해당 법안 통과가 유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올해 초 사업계획을 통해 주요 추진사업 중 하나로 제조업자 자율 선택 표시를 채택한 바 있는 대한화장품협회가 지난 18일 업계의 의견을 취합해 달라고 보낸 식약처의 공문을 바로 업계에 보내지 않고 22일 밤에 보낸 것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까지 사이트에 공지가 게재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식약처 공문을 바로 사이트에 게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메일을 같이 받았던 의약품수출입협회는 바로 공문을 게시한 것과도 다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한화장품협회가 내부적으로 제조업자 표시 삭제를 찬성하기 때문에 일부로 의견 청취를 늦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사실상 주말을 빼고라도 3일만에 메일을 보냈고, 매번 올리던 공지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의문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정말 일부로 늦게 보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담당자가 외근이 많아서 메일을 보지 못했거나 어떤 사정에 의해서 메일을 늦게 보냈을 수도 있고, 공지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 보면 업계가 의견을 내는 것을 막거나 이를 방해할 생각이라면 어차피 협회에서 의견을 다 취합해 식약처에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다 받은 이후에도 조작이나 누락을 통해 방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굳이 메일을 늦게 보내거나 공지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은 억측에 가깝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런 사소한 것들로 오해는 깊어지고 불신이 생긴다는 것이다. 협회가 평소와 같이 일을 처리했더라면 이런 구설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구설수에 오른 LG생활건강의 경우는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 역시 대기업으로서 경계하고 조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LG생활건강은 최근 각 기업들에게 상표권 사용에 대한 경고장을 발송했다. ‘수분폭탄’이라는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장이다.

물론, 이 부분은 LG생활건강이 당연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지적 재산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상표권은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 분야는 향만 바꾸어도 다른 제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신들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자 최후의 보루가 바로 상표권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분쟁도 많고,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등 화장품 유망 수출국에서는 미리 상표권을 걸어 놓고 수익을 챙기는 이른바 상표권 사냥꾼들이 등장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사들의 자국 내 진입을 막기 위해 상표권을 미리 걸어 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단 상표권은 먼저 등록한 이가 우선권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소송으로 결정된다. 때문에 늘 이런 분쟁에서는 먼저 상표권을 건 사람도 유리하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한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대기업의 책임감이 막중한 것일 수도 있다.

최근 LG생활건강은 지난 2013년 수분폭탄을 상표 출원했다. 그리고 2014년 11월 이를 등록했다. 특허청이 수분폭탄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시킨 것에 대해 불만인 업체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에 대한 소유권은 LG생활건강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고장을 각 기업들에게 보낸 시기다. 코로나19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배가 되고 있는 가운데 늘 상생을 말하던 LG생활건강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경고장을 발송한 것이다. 더군다나 자사 브랜드 중 하나에서 수분 관련 제품이 출시되면서다.

‘수분폭탄’이라는 문구를 제품명으로 쓰는 화장품 브랜드나 제품은 없지만 현재 검색창에 관련 내용을 치면 1000여개가 넘는 검색이 뜬다. 이는 SNS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수분폭탄이라는 용어가 홍보 문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자사의 상표권을 보고하기 위해 경고장을 보냈을지 모르지만 최근 어려움이 최고조에 달한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갑질로 비추어질 수 있다.

해당 상표권을 통한 제품 출시는 당연히 안되지만 이를 활용한 홍보 활동을 하지 말 것과 온라인쇼핑몰에 해당 내용을 사용하는 기업의 제품을 판매중지 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시각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최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화장품 기업이다. 또한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을 앞질러 업계 1위가 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기업인만큼 조금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했지 않았을까. 사실 최근 경고장 발송은 그렇게 급한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어려움이 조금은 지나간 뒤에 했더라면 이러한 구설수도 없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 오늘이다.

 
 

어디 든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단체나 기업,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인정받고 신뢰 받을 수 있는 것은 남들과 다른 월등한 능력도 있겠지만 그 위치에 따른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뚝심 있게 뚫고 가는 이들 중에도 영웅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지만 사회와 조화하면서 기업과 단체가 갖는 책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경제와 문화, 사람들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먼저 생각할 것은 위기 속에서 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에게는 ‘상생’이라는 화두가 있었다. 그리고 그 화두는 화장품 업계의 발전을 가져왔고 K-뷰티의 글로벌을 만들어 냈다. 이제 다시 상생과 배려, 그리고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