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지들과 함께 옥토를 찾아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밭에 뿌릴 좋은 씨앗을 고르라

▲ 단원 김홍도의 경작도(耕作圖). 우리 선조들은 봄이 오는 입춘일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희망하며 보리뿌리 뽑기, 씨앗 볶기 등으로 1년 농사를 계획했다.
▲ 단원 김홍도의 경작도(耕作圖). 우리 선조들은 봄이 오는 입춘일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희망하며 보리뿌리 뽑기, 씨앗 볶기 등으로 1년 농사를 계획했다.

독자 여러분! 2월4일은 입춘(立春)이었습니다. 이제 봄이라는 뜻입니다.

입춘일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1년 24절기의 첫 번째 마디입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은 보리뿌리를 뽑아 발육상태를 보시고, 1년 농사의 흉풍(凶豊)을 가려보는 점을 쳤다고 전해집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창립자>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창립자>

또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어 볶아보는 점도 쳤습니다. 씨앗을 불에 달달 볶으면 강냉이 튀길 때처럼 팽창하여 튀어 오르는데,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 제일 풍작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 것이 과학적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듯합니다. 추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 생업의 터전인 농토를 둘러보고, 전답에 뿌릴 씨종자를 다시 확인해보자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월20일부터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로 인해 올해 입춘은 다소 어수선 합니다.

그러나 새 생명을 잉태하는 봄은 멀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문제로 세상 살기 힘들어졌다 해도, 꽃샘추위로 몸이 다시 움츠러든다고 해도, 얼었던 땅을 녹여 가을 추수를 위해 씨앗을 뿌려야 하는 새봄은 오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코끝을 스치는 찬바람 하나만 보고 봄은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입춘 이튿날인 지난 5일에 눈발이 희끗희끗 날렸던 것만 보고 추운 겨울이 다시 왔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몸을 웅크려 더 낮은 지하실로, 점점 더 어두워지는 땅굴 속으로 기어들어 갑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새봄 찬바람과 눈발에 담긴 진실은 밝혀집니다. 어둠을 물리칠 태양은 분명 다시 떠오를 것이고, 지난 겨울에 말없이 참고 지내야 했던 고난을 보상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 노아의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노아의 방주>. 네덜란드의 어떤 사업가가 성경 기록을 나름 계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노아는 방주에서 비둘기의 행동을 보고 땅을 찾을 수 있었다.
▲ 노아의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노아의 방주>. 네덜란드의 어떤 사업가가 성경 기록을 나름 계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노아는 방주에서 비둘기의 행동을 보고 땅을 찾을 수 있었다.

노아는 40일간이나 밤낮없이 내리는 비를 예감하고, 대홍수를 피하기 위해 큰 배를 만들었습니다. 그 배에 같이 살아야할 가족들과 동물들을 태웠고, 밭에 뿌릴 씨앗을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220일간이나 사나운 물길 속을 표류했습니다.

세상은 모두 물에 잠겼지만, 어느 날 비가 멈추었습니다. 노아는 물 빠진 땅을 찾고자 두 번째 비둘기를 날려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비둘기는 배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가 알면 노아와 살기 싫어 떠났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아는 그것으로 봄이 왔음을 알았습니다.

처음 날려 보냈던 비둘기가 감람나무 잎사귀를 물고 돌아왔을 때 물 빠진 육지가 가깝다고 느꼈던 것처럼, 돌아오지 않는 두 번째 비둘기는 그 땅에 새 터를 잡아 살고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에 노를 저어 육지에 배를 댈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리더라면, 성경에 기록된 노아처럼 변화하는 세상을 올바로 보고, 여럿이 함께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입춘에 뽑아보는 보리뿌리로 농사일을 가늠해보고, 불에 구면 제일 높이 튀어 오르는 씨앗을 통해 통통한 씨종자를 고를 수 있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바로 현명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고 덕목입니다.

국어학자 중에는 ‘봄’이라는 명사의 어원을 ‘보다’라는 동사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자의 봄 춘(春)자도 햇빛을 받은 풀이 돋아 오르는 모양을 그린 상형문자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입춘 이튿날인 5일과 6일 한파가 몰아쳤다고 해서 헛것을 보지 마십시오. 봄이 멀었다고 오판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을 깨워 길게 기지개를 켜야 합니다. 그래야 몸속 노폐물이 부서지며, 다가올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밭에 뿌릴 씨앗을 잘 고르십시오. 노아처럼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옥토를 향해 비둘기를 날려 보내십시오. 그것이 새봄을 맞는 지혜있는 사람의 선택입니다.

그렇게 하면, 2020년의 봄은 독자 여러분들이 풍성한 가을 수확을 준비하는 행복의 씨종자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입춘대길(立春大吉)입니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국제BM발명특허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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