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모바일 신시장 성장 예고

2015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발 사드 정국 이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수출 다각화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이에 따라 여전히 한국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일본 시장에 재도전하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과 유럽 등 새로운 시장 공략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본지는 2019년 연말, 국내 화장품 수출 시장을 점검하고 주요 수출국과 유망 수출국의 시장 트렌드와 K-뷰티의 현주소를 조망해 봤다.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이 한류 열풍이 화장품 인기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박항서 감독의 선전과 함께 한국의 이미지가 극대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 한류 열풍으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2015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발 사드 정국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수출 다각화에 나서면서 동남아시아 잠재 시장으로 베트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목 받는 베트남 화장품 시장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16억 5,400만 달러로 추산되며, 2014~2018년에 연평균 9.3%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7%씩 성장해 2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TC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베트남 화장품 수입액(HS Code 3303, 3304, 3305, 3307 합계)은 총 2억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2017년 기준 2,790만 달러(한화 약 332억원)로 태국(2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입 점유율 13.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면서 중국과 함께 베트남에서도 한일전이 치열하게 전개 되고 있는 모습이다.

2018년까지 한국 화장품(K-뷰티)이 인기가 높았다면 2019년부터는 일본 화장품(J-뷰티)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

단순, 섬세, 무첨가, 자연(green)이 떠오르는 일본 화장품의 이미지가 베트남 뷰티 시장에 불고 있는 천연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시세이도. 고세, 가네보와 같은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하다라보, 사쿠라와 같은 신흥 브랜드들도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빠른 효과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 화장품과 달리 최소한의 포뮬러로 느리지만 확실한 효과를 준다는 일본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ITC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 베트남의 對일본 화장품 수입액(HS Code 3303, 3304, 3305, 3307 합계)은 총 2,110만 달러(한화 약 251억원)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36% 증가한 수치다.

2013년 이후 베트남의 對일본 화장품 수입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2017년 기준 베트남 수입 시장에서의 비중은 10.5%를 기록, 순위도 한국(13.9%)에 이은 3위로 뛰어올랐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 성장하고 있는 경제, 증가하는 잠재 소비층 등은 베트남을 유망국가로 부각시키는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한국 브랜드 간 경쟁 심화, 경쟁국의 베트남 진출 본격화, 쇼핑몰과 대형마트, 온라인 등의 현대적 유통채널은 아직 호치민과 하노이 등 주요 도시에서만 발달되어 있는 점 등 진출 저해요소 또한 상당수 존재한다.

이에 한국에 대한 높은 선호도만으로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현지 판매 및 마케팅 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트남 화장품 트렌드

 
 

최근 베트남에서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와 인터넷을 통한 개인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최대 이슈 중 하나다.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 화장품 판매에서 오프라인 매장 유통이 93.5%(2017년 기준), 온라인 소매 비중이 0.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이는 SNS 유통 규모에 대한 공식 집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PC와 웹 기반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과도기가 있었던 것과 달리 베트남은 바로 모바일 환경으로 접어들어 이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친숙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사용률은 매우 높은데, 영국의 소셜미디어 조사업체 위아소셜(We are social)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베트남인 수는 4,600만명을 상회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갖추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플루언서, 인기 유튜버를 통한 화장품 정보 획득이 활성화되어 있어 이들과의 제휴를 통한 홍보 방안 마련이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전의 오프라인 방식에 소홀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베트남 내 대다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실제 샘플을 테스트해보고 매장 내 직원들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한다는 것.

이러한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매장 선호도는 하노이나 호치민 등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베트남에 진출한 인기 브랜드들도 각기 다른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 집중도를 보이며 때로는 두 가지 채널을 동시에 집중해 소비자 접근성과 판매량을 증대시키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더페이스샵(The Face Shop)과 가디언(Guardian)이 각각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베트남 뷰티 블러거 Huỳnh Ngọc Vân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2005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공격적인 제품 홍보를 펼치고 있다.

2년만에 전국 81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을 뿐 아니라 온라인 매장을 통한 홍보에도 많이 투자했다.

실제로 더페이스샵 온라인 매장에는 다양한 상품군과 프로모션을 오프라인 매장과 동 일하게 진행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 3대 드럭스토어 중 하나인 가디언(Guardian)은 홍콩계 기업이 소유하고 베트남 기업이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에 보유한 86개 오프라인 매장에만 주로 투자를 하고 있다.

가디언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오프라인 매장에 서 판매하는 제품 리스트만 확인할 수 있으며 더페이스샵과 달리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구매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가디언이라는 대형 유통채널이 주는 신뢰도를 기반으로 여전히 가디언의 제품을 활발히 구매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베트남 내에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제품이 베트남으로 수출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따라 현재 베트남 소비자들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의지해 베트남에 유통되지 않은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 주로 ‘스타일 코리안 닷컴’이나 ‘지마켓 글로벌’을 이용한다.

또한 베트남 시장에는 한국에 제조 및 생산을 의뢰하고 한국 브랜드로서 베트남 시장으로 다시 제품을 들여오는 베트남 현지 기업도 있는 상황이다.

한류와 함께 성장하는 베트남에서의 K-뷰티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좋은 나라를 꼽으라면 베트남을 꼽을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의 선전은 물론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시장조사업체 Q&ME가 2019년 5월 베트남 성인 남녀 9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한국을 좋아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중 37%는 매우 좋아한다고 답했다.

K-pop을 좋아한다는 응답자가 51%, 한국 드라마 및 영화를 좋아한다는 응답자가 68%로 집계되는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좋아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각각 9%, 4%에 그쳤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한국기업 7,000여개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내 화장품사들의 진출 러시도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는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라네즈, 오휘 등이 있다. 이들 브랜드 모두 하노이, 호치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베트남 정서에 맞는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19년 5월 호치민에 9번째 매장을 오픈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함을 매장 인테리어의 메인 컨셉으로 잡고 있으며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한국식 최신 메이크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베트남 여성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라네즈는 2018년 리뉴얼한 워터뱅크 스킨케어 상품을 베트남에 선보이면서 물 보호 캠페인을 실시, 워터뱅크 에센스 구매 시 1병 당 10만 동(VND)을 기부하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으며 최근 베트남에 불고 있는 미니멀리즘을 새로 출시한 크림스킨 제품 컨셉과 연계하여 ‘SIMPLE CARE EVENT’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시내에 단독 매장을 설립해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일부에 불과하며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베트남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드럭스토어, 대형마트, 온라인매장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큰 마케팅활동 없이도 한국 연예인, SNS(리뷰영상 등)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경우가 많으며 대표적인 브랜드로 3CE이 있다.

 
 

3CE는 베트남에서 미용실 겸 쇼룸 형식의 매장 하나만 운영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판매 및 마케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베트남 전역에서 색조 제품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3CE는 베트남의 유명 유튜버의 리뷰 영상으로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으며 베트남 공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꾸준히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한편 올해 2019년 동남아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의 선전과 로컬 브랜드 성장 등으로 한국 화장품 수출 노선에도 큰 변화가 찾아오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화장품협회가 최근 관세청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에 따르면 베트남은 한화 20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21.6% 수출이 증가했지만 태국은 1400억대 규모로 전년대비 17.7% 감소했다.

또한 말레이지아는 7.5%, 인도네시아는 19.2% 증가했지만 싱가포르도 전년대비 5.6%가 감소해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태국은 올해 2월부터 계속해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5대 수출국의 자리를 러시아 연방에 내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태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 및 마케팅 강화, 태국 로컬 브랜드들의 무서운 성장세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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