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내세운 말레이시아, ‘정부 주도’의 인도네시아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화장품 산업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로컬 브랜드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로컬 브랜드들은 ‘자연’, ‘할랄’을 내세우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정부 주도의 로컬 브랜드 육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최근 말레이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로컬 브랜드 덕 코스메틱스(dUCk Cosmetics)은 ‘자연’과 ‘할랄’을 내세우며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7년 9월 처음 선보인 덕 코스메틱스는 말레이시아에 단독 매장을 보유한 첫 로컬 브랜드 이자 말레이시아 세포라에 입점한 첫 로컬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전 제품이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동물실험 배제), 파라벤 프리 (paraben- free)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다.

색조 화장품 위주로 제품 라인이 구성되어 있으며 원료는 영국에서 공수하고 완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소렉 코스메틱스(SO.LEK Cosmetics)는 메이크업을 뜻하는 말레이시아어 ‘alat solek’에서 따온 로컬 브랜드로 2016년 10월 출시된 이후 저렴한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MOH) 승인을 받은 GMP 제조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

론칭 초기에는 립스틱 등 메이크업 위주로 제품이 구성되었으나 2019년 3월, 세가(Segar)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하는 등 제품 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

할랄 브랜드로 인기가 높은 프리티 수시(Pretty Suci)는 덕 코스메틱스와 같은 시기 세포라에 입점한 말레이시아 로컬 브랜드다.

메이크업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프리티 수시는 말레이시아 생산, 100% 할랄 제품이라는 특징뿐만 아니라 2017년 9월, 자체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할랄 화장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뷰티스토어를 개설했다. 현재 이 스토어에는 30개 이상의 할랄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말레이시아의 인기 가수이자 여배우 엘리자베스 탄(Elizabeth Tan)이 론칭한 목욕용품 브랜드도 주목된다.

2019년 4월 ‘목 욕’을 뜻하는 말레이어에서 따온 만디(Mandi)라는 이름으로 론칭된 이 제품 역시 전부 할랄 인증을 획득했고 파라벤 프리, 크루얼티 프리, 실리콘 프리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향기에 초점을 맞춘 컨셉의 바디워시와 치약이 주력 제품이며 GMP 인증, ISO 9001:2008, HACCP 인증, 할랄 생산시설을 갖춘 말레이시아의 화장품 제조업체 암리온(AmLion)에서 생산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런칭한 스킨케어 브랜드 리빙 앤 페이스(Living&Pace)는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원료를 함유한 화장품이다.

알코올, 색소, 향료 무첨가와 크루얼티 프리를 표방하며, 프랑스, 독일, 이집트,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다양한 천연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할랄 인증을 획득한 화장품의 성분과 제품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무슬림 소비자들도 할랄 인증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이에 유기농, 자연성분을 특징으로 하는 제품의 경우 말레이시아 할랄(JAKIM)인증 획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한국 브랜드 중 셀미인, 찹스(Chobs), 탈렌트 화장품, 선우코스메 등이 할랄 인증을 획득해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면서 “향후 제품 안전성과 천연성분에 대한 선호 증가로 할랄 화장품 수요는 계 속 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예 정부가 나섰다. 인도네시아의 ‘2015-2035 국가 산업개발 마스터플랜(RIPIN)에 관한 2015년 정부 규정 No.14’에 따르면, 전통의학 산업을 포함한 제약 및 화장품 산업이 주요 육성사업 부문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다.

해당 계획은 주력산업 집중 개발, 산업에 투입되는 원부자재 및 인력 확보, 산업 시설 및 인프라 개선, 산업 강화, 중소기업 산업 육성, 산업 개발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및 산업단지 구축을 주요 골자로 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산업부는 화장품 산업을 국가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수입을 대체해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산업으로 설정하여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화장품 산업 육성 지원책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화장품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금 공제 등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내수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 규제, 국내외 시장 판로 개척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화장품 산업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는 2019년 인도네시아 화장품 산업 성장률이 최대 9%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성장으로 화장품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 증대, 청소년 및 밀레니얼 세대 인구 증가가 화장품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원료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는 육지와 바다 생물 다양성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초 및 해양 콜라겐 추출 성분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원료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화장품 원료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라곤 테크놀로지&이노베이션(Paragon Technology and Innovation, 이하 파라곤)은 인도네시아 할랄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와르다 코스메틱스(Wardah),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메이크 오버(Make Over),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2015년 런칭한 에미나(Emina)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화장품 기업이다.

파라곤은 현재 탕게랑(Tangerang)에 위치한 자타케(Jatake) 산업지구에 20헥타르 규모의 생산 및 연구개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원료 연구, 포장에 이르기까지 이 곳에서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매년 400가지 이상의 제품, 약 1억 3,500만 개를 생산하고 있다.

마르따 티아르(Martha Tilaar)는 10여개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로컬 화장품 기업으로 주요 브랜드로는 중저가 자연주의 브랜드 사리아유(Sariayu), 프리미엄 메이크업 브랜드 팩(PAC), 스파 전문 브랜드 데리 스위 스파(Dewi Sri Spa) 등이 있다.

자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면서 제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하고 인도네시아 천연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OEM, ODM 시설을 직접 인수, 운영하면서 다양한 로컬 브랜드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니즈 코스메틱스(Inez Cosmetics)를 보유하고 있는 코스메티카타마 슈퍼 인다(Kosmetikatama Super Indah)도 마랑(Malang) 지역에 자체 공장을 두고 있으며 할랄 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로컬 브랜드 수요가 높아지면서, 유명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스킨케어보다는 색조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세포라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화장품 산업 강화 정책에 따라 인도네시아 로컬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계속해서 새로운 로컬 브랜드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들은 수입 브랜드보다 종교 문화와 관련한 마케팅, 지역 천연자원을 활용한 자연 성분, 현지인들의 피부 및 스타일에 맞는 제품 개발 등에 강점이 있어 이들 브랜드 보다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자국 화장품의 품질에 만족하고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들이 보편적으로 실행하는 K-뷰티 마케팅보다는 현지에 최적화된 로컬 브랜드와 차별화 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