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백화점·면세점 등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 보장 정책 권고

 사진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사진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뷰티한국 김도현 기자] 전국 백화점 및 면세점의 판매직 노동자 10명 중 6명(59.8%)은 근무 중 화장실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 화장실 가기가 어렵다 보니 일부러 물을 안 마시는 이들(42.2%)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병이 생기기도 했다. 20.6%가 최근 1년 사이 방광염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같은 연령대 여성 노동자 평균(6.5%)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근무시간 내내 잠시 쉬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매장 내에 의자가 아예 없거나(27.5%) 있어도 앉는 것이 금지(37.4%)돼 있기 때문이다. 10명 중 6명은 지친 다리를 잠깐 쉬일 틈도 없는 실정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지정맥류(15.3%)나 족저근막염(7.9%)에 시달리기도 하고 구두를 벗지 못해 무지외반증(6.7%)에 걸려 고통받기도 한다. 이 또한 같은 연령대 여성 노동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하지정맥류는 25.5배, 족저근막염은 15.8배, 무지외반증은 무려 67배나 많았다.

지난해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팀이 전국 백화점 및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의 근무환경과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는 샤넬, 시세이도, 랑콤, 에스티로더, 입생로랑, 바비브라운 등 내로라하는 유명 화장품 및 시계 등 명품 브랜드 매장 직원들이 참여했다. 조사 대상 노동자 2,806명 가운데 96.5%가 여성이었고 60% 이상이 5년 이상 근무했다.

이같은 상황을 보다 못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인권위는 지난 6월 전원위원회 회의를 열어 산업통상자원부 및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 증진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장관에게는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적용대상이나 범위 등 확대 검토 △실태 조사에 휴게시설 등 노동자의 작업환경 사항을 포함하고 '유통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에 반영할 것을 권했다.

고용부 장관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 신설 △서서 대기자세 유지,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등 관행 점검 및 개선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과 미이행 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 법제화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헌법 제10조와 제34조, 제36조 제3항 등을 통해 이들의 건강권이 도출된다고 판단했다. 국가는 '근로기준법' 등을 통해 모든 노동자를 보호함은 물론 이들의 쉴 권리와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유엔 또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통해 모든 이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롯한 국제인권기준과 국회 입법발의 현황, 유통업 종사자 설문조사 결과, 의무휴업제 도입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의무휴업 대상이나 의무휴업일 확대, 휴게시설 확충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더불어 유통업 종사자들을 줄곧 서서 대기하게 만들고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통해 대규모 점포 등에 근무하는 유통업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이들의 건강권이 보장되고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