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료 부담 '발등의 불'…경영 위기 심화될까 노심초사

 
 

[뷰티한국 김도현 기자] 방문판매원 및 후원방문판매원(이하 방판원)들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로 지정하고 산업재해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현실화 단계에 왔다. 방문판매 유통이 주력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화장품업계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운데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방문판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는 방판원들의 특수고용직 지정 및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골자로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 및 내년 하반기 시행이라는 일정까지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고용직이란 독자적인 사무실이나 점포, 작업장 없이 계약된 사업주에게 종속돼 있으나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일한 만큼 실적에 따라 소득을 얻는 직종을 일컫는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위치로 볼 수 있는데 현재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까지 총 9개 직종이 특수고용직으로 지정돼있다.

특수고용직은 제도 시행 이후 직종 범위가 꾸준히 늘어왔고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도 더 많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방판 업계 또한 '안전한 일터,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취지 자체에는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를 적용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 산재보험료 부담이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사업주와 노동자가 산재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통상 산재보험료를 월 15,000원으로 보면 사업주와 방문판매원이 각각 7,500원씩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 등록 방판원수는 33만 9천명에 달한다. 통상적인 기준으로 계산하면 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산재보험료가 월 25억원 이상, 연간으로 따지면 300억원이 넘는다. 시장 및 유통구조 격변과 함께 사업환경이 악화일로에 있는 화장품 방판업계로선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닌 셈이다.

모 화장품기업 관계자는 "국내 방판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해외사업으로 만회하고 있는 형편에서 준조세나 다름없는 새로운 비용 부담이 생긴다면 계속해서 방판 채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대리점 방식으로 방판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각 대리점주가 후원방문판매업자로 등록되어 있으므로 직접적인 보험료 부담은 없다. 그러나 사업 파트너인 대리점주들의 고민을 모른 척할 수 없는 입장이라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특수고용직 모두가 반드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적으로 신청할 경우 적용 제외가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간담회에서 이 점을 앞세워 방판업체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특수고용직들의 산재보험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 적용제외 신청 사유를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있는 데다 아예 신청 조항 자체를 법령에서 삭제하자는 논의까지 오가는 마당에 결국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산재보험 다음으론 고용보험이 의무화되고 언젠간 퇴직금도 줘야 할 것이란 한탄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방판업계가 이번 특수고용직 지정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화장품 방판기업 관계자는 "화장품 판매에 있어 어떤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있고 방판사업 운영 방식에 방판원들의 전속성이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봤나 묻고 싶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살피지도 않고 의견수렴도 없었던 탁상공론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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