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점유율 낮아 영향 제한적일 듯…무역역조 겨우 반전했는데 '반한 감정'은 우려

 
 

[뷰티한국 김도현 기자]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방안을 발표한 지 10일가량이 흘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응한 사실상의 무역보복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다가오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용 카드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정치적 꼼수에 당한 모양새인 데다 민감한 역사 문제까지 결부되자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바싹 몸 낮춘 일본 브랜드 "언급도 말아달라"

일제(日製) 불매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화장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뷰티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 리스트가 돌고 있고 평소 사용하던 일본 제품을 대체할 국산품을 찾는 문답글이 활발히 오가는 중이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은 그야말로 숨죽인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불매 운동의 여파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전언. 일본 A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정확히 분석해보진 않았으나 아직 판매 현장의 매출 하락 조짐은 없다"며 "불매 운동이 초기 단계인 만큼 그 영향이 나타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사나 수입사 대부분은 민감한 사안 앞에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B 브랜드 관계자는 "매출 추이는 대외비다. 이번 이슈에 대해 아예 언급을 않기로 했으며 우리 브랜드가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브랜드들이 몸을 바싹 낮추고 있지만 해프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 뷰티 유튜버인 이사배는 지난 7일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키스미'의 제품을 사용하고 관련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그녀는 하루 만에 영상을 내리고 사과문을 올렸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인 '아벤느'가 일제라는 글이 돌아 논란이 일었다. 이 브랜드의 수입·판매사인 피에르파브르더모코스메틱코리아 측은 "불매 운동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는 듯하다"며 "아벤느는 틀림없는 프랑스 브랜드다"고 강조했다.

# '한류 꺼질라' 현지 분위기에 관심

 
 

국내 패션기업 일부가 일제 불매 운동을 겨냥해 이른바 '애국 마케팅'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차분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불매 운동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산 화장품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누리겠지만 극적인 매출 상승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 화장품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일부 구매 이탈이 있다 한들 유럽이나 미국 브랜드들도 적잖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C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패션 시장에는 '유니클로'라는 공룡이 있지만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들 또한 국내 브랜드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터라 불매 운동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2억5,605만 달러로 전체 화장품 수입액 16억1,532만 달러 가운데 15.9%를 차지했다. 수입액 비중이 프랑스, 미국에 이어 3위에 이를 정도로 제법 높은 편이나 국내 화장품 시장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그리 큰 수치가 아닌 셈이다.

수출 관점에서 살펴봐도 일본은 한국의 주요시장이 아니다. 2018년 기준 대(對)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3억264만 달러로 전체 화장품 수출액 62억6,269만 달러의 4.8%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은 국내 화장품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잘 나가던 중국에서 사드 배치 여파로 홍역을 앓은 뒤로 국내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에 주력했고 그중에서도 일본을 유력한 대안시장으로 삼았다.

그 성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오랜 세월 유지되던 대일본 화장품 무역역조를 2017년 처음으로 반전시킨 것이다. 2017년 한국은 일본에 2억2,552만 달러 규모의 화장품을 수출하고 2억2,389만 달러 규모의 화장품을 수입해 163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음 해인 2018년에는 흑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2,760%나 늘어 4,659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수출 다각화 노력과 함께 일본을 강타한 이른바 '제3의 한류'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확대돼 모처럼의 한류 바람마저 꺼진다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 다변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업계는 과거 일본의 반한 감정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0년대 초반 한류 드리마 및 K-pop 열풍에 힘입어 30~40%씩 증가하던 대일본 화장품 수출액이 2013년 돌연 고꾸라진 것이다.

이는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에 방문하면서 일본 내 반한·혐한 분위기가 팽배해지며 벌어진 일로, 이후 2014년과 2015년까지 일본향 화장품 수출액은 3년 연속 역신장했다.

국내 D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처사가 못마땅하고 불매 운동도 지지하지만 파국적인 상황에까진 이르질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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