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땅에 내려놓는 마음으로 가꾸는 야생농장은 후손들의 복을 위한 ‘겸양지덕’과 ‘덕생어비퇴’의 배움터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소정(小艇)에 그물 실어 흘리 띄워 던져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하옴도 역군은(亦君恩) 이샷다.

조선의 명재상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이 노래한 강호사시가 중 ‘가을(秋)’ 부분입니다. 가을이 왔으니 작은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강물에 던져 고기를 낚는 즐거움 또한 임금님의 은혜라는 노래지요.

산새와 들새, 물고기와 산짐승이 사는 산과 들, 강과 호수가 있는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도 스스로 자족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을 줍니다.

그래서 미움도 털고 욕심도 내려놓고자 사람들이 강호(江湖)로 나가는가 봅니다. 현대인들이 풍광 좋은 곳에 별장을 갖고 싶다거나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는 마음 또한 그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에 조금이라도 자기의 부(富)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면 맹사성이 말한 ‘임금님의 은혜’와는 거리가 먼 얘기가 됩니다. 겸손하고 소박한 마음을 잃고, 거만과 탐욕을 드러내는 행동에서는 결코 덕(德)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이지요.

600여 년 전 왕조시대에 맹사성이 노래했던 ‘임금님의 은혜’란 요즘 말로 치면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의 변화도, 작은 배 한 척에 몸을 실어 노를 저을 수 있는 힘도, 그물을 던져 고기를 낚으리라는 마음의 여유도 내가 잘 나서 된 것이 하나 없는, 오직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라는 공손한 마음이야말로 복된 삶의 근원입니다.

그것이 아마도 공자가 말하는 겸양지덕(謙讓之德)일 겁니다. 공자는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는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는 덕(德)의 본보기로 주(周)나라의 태백(泰伯)을 들었습니다.

그는 단순 공무원 자리가 아닌, 임금이라는 지존의 자리까지 동생에게 양보한 인물이니까요. 그것이 백성을 위하는 길이라고 태백은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하느님과 다름없이 전지전능한 ‘임금님 권력’을 양보하기가 쉬웠겠습니까? 소인배라면 오히려 동생 것을 빼앗지 못해 안달이 났을 겁니다. 남의 것이라면 도둑질을 하거나 강도질을 해서라도 빼앗으려 중상모략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부터 덕생어비퇴(德生於卑退)라는 말이 내려오고 있지요. 덕(德)은 자신을 낮추고 물러나는 데서 생긴다는 뜻입니다. 내가 잘 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는 결코 덕이 나올 리 없습니다. 교만함 자체가 부덕(不德)한 사람이니까요.

▲ 김홍도作 <밭갈이>
▲ 김홍도作 <밭갈이>

필자 회사에서는 맹사성처럼 자연에서 덕(德)을 배우며 심신을 조율하는 곳이 있습니다. 수안보 심산유곡에 펼쳐진 수만 평의 야생농장입니다. 그곳에 천여 종이 넘는 약초가 자라고 있고, 스스로 자라는 산나물 또한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야생에 방생한 꿀벌에서 꿀 따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그 꿀과 약초를 발효시켜 건강식품 효소도 만들었습니다. 3년에 걸친 충분한 숙성 결과인지 그것을 먹어본 친지들이 거북했던 속을 뚫을 만큼 배변활동이 활발해지고, 혈색이 좋아졌다하여 일본에 수출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곳에 온 친지들은 밭을 갈며 자신을 가장 낮은 땅바닥에 내려놓게 됩니다. 루소나 맹사성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교훈처럼, 땅을 일굴 때 “나 혼자 잘났소!”하는 거들먹거림이란 없습니다. 그것이 공동체 친지들의 자손들까지 복을 누릴 수 있는 천연 야생농장의 설립목적이기도 하니까요.

맹사성은 재상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경제적으로는 늘 궁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 오면 빗물이 새는 오두막에 사는 것조차 하느님(임금님)의 은혜로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이 또한 복입니다. 재물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겸손과 양보라는 겸양지덕으로 인해 그는 현재까지 추앙을 받는 청백리 정치인으로 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칼을 빼들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집 없는 서민들은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집값 담함을 하는 부자동네 고위직 사람들에게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벼르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청문회에 나오는 고위공직자 후보들 상당수가 집값이나 좋은 학군 혜택을 누리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느 대법관 후보는 여덟 번이나 위장전입을 한 결과로 그 분야 신기록을 세웠다네요.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행여 자연에서 ‘강호사시가’의 덕(德)을 배우고 싶은 분이 있다면 필자 회사의 야생농장으로 오십시오. 바로 그 옆에는 필자 회사 친지들이 재개발한 유황온천 자연호텔이 있고, 고즈넉한 연못과 둘레길도 있답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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