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으로 치는 박수도 격려와 칭찬에 필요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의 박수를 보내신다면 한 손으로 쳐 보십시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주변 사람에게 박수치기 보다는 손가락질하기가 쉽기 때문일까요? 

신세진 사람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의 표현은 인색한 편입니다. 그러나 서운한 경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항의는 심한 편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손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고 놀려댑니다. 밥그릇도 못 찾아 먹는 사람이라고 비웃으며, 당장 쫓아가서 따지라고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평소 사회에서 존경받아왔던 한 교수가 있었습니다. 학식이나 인품, 경륜이 높아 배우려고 찾아오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틈틈이 TV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성추문 스캔들이 발생했습니다. 교수가 독신자일지라도 한국이나 동양사회에서는 성추문에 휩싸이면 명예회복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무개 교수가 성폭력으로 한 여학생을 임신시켰다.” 

그 대학은 물론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것이지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인면수심(人面獸心), 즉 사람의 얼굴을 했지만 짐승과 같은 인간이라고 쫓아가서 따진 사람은 여학생의 아버지였습니다. 자신의 딸이 출산에 이르자 자초지종을 추궁한 끝에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백을 들은 것입니다. 

교수는 아무 말 없이 딸의 아버지가 안고 온 갓난아이를 받아 안았습니다. 아버지인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소문이 퍼져 대학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미투’(Me-Too) 분위기 세상은 그에게 더욱 가혹했습니다. 계란투척이 날아들었습니다. 

그런 몇 년 후... 여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용서해달라는 것입니다. 갓난아이를 임신케 한 사람은 같은 학교에 다니던 모 남학생이었는데, 야단맞을까봐 평소 아버지도 존경해온 교수를 얼떨결에 지목하게 됐다는 양심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는 여학생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버지에게도 아이를 잘 키워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딸은 눈물로 재차 용서를 빌었고, 교수는 지금이라도 엄마 도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위로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교수를 바보라고 했습니다. 필자가 현대판으로 해석해본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본의 선불교를 중흥시킨 백은(白隱, 1685~1768) 선사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성폭행 범’으로 낙인찍히는 극한 상황에서도 누명을 벗을 생각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용서한다는 생각도 없이 무한하게 베푸는 자비와 사랑을 실천해온 사람으로 일본 불교사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가 평소 제자들에게 던지는 바보(?) 같은 화두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 손으로 치는 박수소리를 내게 들려다오” 

보통 사람들은 결코 한 손으로 박수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또한 들을 수도 없습니다. 두 손으로 치는 박수소리에만 익숙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은선사는 한 손으로 박수를 치라고 합니다.

누가 듣든 안 듣든 개의치 말고 남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라는 가르침입니다. 그가 아무 원망 없이 갓난아이를 받아 키운 것은 소리 없는 ‘한 손의 박수’였던 것입니다. 

6월13일이 지방선거일입니다. 지역별로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주변에 알리고 있습니다. 후보들은 자신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요란하게 선전합니다. 

물론 잘 한 사람에게는 박수를 쳐야 합니다. 박수에 인색해선 안 됩니다. 그것이 칭찬의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박수 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해서 박수를 강요한다면 ‘진짜 바보’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박수쳐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조용히 자신을 뒤에서 밀어주고 응원하는 ‘소리없는 박수’ 소리를 마음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 보답으로 자신도 누구에게 ‘한 손의 박수’, 즉 ‘대가를 바라지 않는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필자는 소셜 패밀리(Social Family)라는, ‘사회적 가족’ 간의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홍익인간 사회는 바로 그 같은 ‘소셜 패밀리’의 사회일 것입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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