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니 우리가 서로 다투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냉전시대였던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선에 몸을 싣고 지구를 떠났던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성공적으로 지구에 귀환한 후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그가 ‘인간대표’가 되어 지구를 멀리 떠나보니 알게 되었다. 미움과 시기, 분노와 배신, 증오와 보복 등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면서 사는 인간들이었는데... 한 발짝 물러서 보니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지붕 한 가족이라는 것을...

인생은 길지 않다. 올해도 어느덧 해가 저무는 11월이다. 충청도 수안보 땅 고운리 야산을 수놓았던 고운 단풍도 빛이 바래 가면서 야생농장 자미원에도 바람 따라 낙엽들이 흩날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월동준비가 고민이었다.

제법 산다는 집이야 김장걱정, 연탄걱정, 쌀걱정이 큰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 가장들은 길고 긴 겨울을 여러 자녀들을 거느리고,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며 과연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근심해야 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시인 안도현은 그렇게 시를 썼다. 90년대 초까지 연탄은 대한민국 도시 가정의 에너지원이었다. 골목길에는 가정마다 내다버린 흰 연탄재가 쌓여 있었다.

푸석푸석한 연탄재가 화풀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골목길을 터벅터벅 걷다 무언가에 화가 나면 눈앞에 보이는 연탄재를 발로 찼다.

“왜 연탄재를 걷어차고 지랄이야?”

자기 집 앞에 부서진 연탄재가 나뒹굴면 이를 치우는 집주인 아주머니는 누구누구 들으라고 투덜거렸다.

리어카에 실어 연탄재를 치워주던 환경미화원 아저씨에게도 부서진 연탄재는 고역이었다. 골목길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날린 연탄재들이 눈으로 들어오면, 고난의 눈물로 씻어내야 했던 것이다.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집주인 아주머니나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대신해 안도현 시인은 그렇게 말해야 했다. 서로 사랑해야 할 사람들인데, 그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연탄재를 발로 찰 수 있느냐는 항변이다.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말처럼 한 발짝만 떨어져 삶을 바라보면, 이 세상에 싸울 일도 없고, 사랑하지 않을 사람도 없다.

1990년2월14일 발렌타인데이 때 美항공우주국이 우주여행에 나선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돌려 40AU(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 40배) 지점에서 지구를 촬영해 봤더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지구는 여러 별들에 섞여 있는 한 톨의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던 것이다.

제아무리 영웅호걸일지라도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랑의 시작은 잘난 사람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야 연탄불처럼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가을이 가기 전... 미움을 털고 서로 사랑하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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