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인간의 나라는 바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린이보호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할 때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언어는 시대적 문화의 창조물이다. 그래서 인간이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신이 만든다고도 한다. 하지만 신이 아직까지도 마땅한 신분 표현의 단어를 찾지 못한 경우가 있다. 바로 자식 잃은 부모다.

가족 줄기를 잇는 구성원의 신분변화를 표현하는 말은 모두 있다. 아내 잃은 남편을 홀아비라고 한다. 남편 잃은 아내는 과부다.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다.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를 지칭할 수 있는 단어는 결코 없다는 것이다. 단지 그 비통함과 슬픔만을 겨우 나타낼 뿐이다.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라 하여 단장(斷腸)이라고 하고, 그 심정을 참척(慘慽)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에 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던 날 비보가 날아들었다.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이 교통사고 화재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9일 오전 9시경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환추이구 타오지쾅 터널 내를 달리던 국제학교 유치원 통학버스가 앞서가는 청소차를 추돌해 일어난 참사였다.

어린 새싹들이 희생된 일이기에 새 정부와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은 즉각적인 사후처리에 나섰고,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사고 처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생명들이 돌아올 수는 없다. 그러니 그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부모가 죽으면 무덤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그 슬픔을 어떤 말로 어떻게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미망』의 소설가 박완서 씨는 1988년 5월에 남편을 폐암으로 잃은 후 세 달만인 8월에는 외아들까지 잃었다. 그녀는 세상을 등지며 수녀원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참척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하느님과 대결하듯 눈물로 따져 물었다고 했다.

“왜 내 아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말씀만 하소서”

아들을 잃은 슬픔과 절망으로 그렇게 참혹할 만큼 몸부림친 그녀였다. 그는 1994년에 발표한 작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자식을 앞세우고도 살겠다고 그때 꾸역꾸역 음식을 처넣는 에미를 생각하니 징그러워서 토할 것만 같다”고 썼다. 아들을 따라 죽지 못한 자신이 한스러웠고 스스로 미치지 않는 것을 저주했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제 우리는 그 같은 슬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린이보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됐다. 우리는 ‘씨랜드’ 사건을 겪지 않았던가?

1999년6월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놀이동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 모기향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 취침 중이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한 참사였다.

공교롭게도 9일 치러진 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새 정부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제도’를 공약했다. 15세까지 아동청소년의 입원진료비와 6살까지의 이른둥이 치료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아동학대에 대한 신속 대응체계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다. 또한 희망이다. 50년 전까지만 한국보다 잘살던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들이 아직도 후진국인 것은 어린이에 대한 교육과 보호정책이 한국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는 어떤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어린이보호 정책은 물론 여타 국가들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영국출신 시인이자 평론가인 챨스 스윈번(Charles Swinburne, 1837~1909)은 “어린이가 없는 곳에는 천국이 없다”고 했다. 가정의 달 5월에 기대하는 홍익인간의 나라는 바로 어린이에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했으면 한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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