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식물자원... 하지만 한국의 토종 블루베리와 약초는 ‘홍익인간 연수원’에서 자라나고 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오동나무 중의 으뜸이라는 벽오동이 있다. 그 벽오동을 애지중지하는 딸을 가진 아비의 마음에 비유해왔던 것이 우리 한국인의 문화요, 정서였다.

황진이가 ‘벽오동 심은 뜻은’이라는 시조에서 일편단심 기다리는 님이 봉황처럼 벽오동에 내려앉기를 노래했듯이, 우리네 아버지들은 큰 딸이 태어나면 살림밑천이라 하여 벽오동을 집 마당에 심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장성한 딸이 시집갈라치면 그 벽오동으로 장롱을 만들어 딸이 평생 사용할 수 있도록 혼수로 실어 보냈다. 제발 봉황 같은 사위와 함께 잘 살아달라는, 말없던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필자 역시 벽오동을 심는 마음으로 정금나무를 충청도 수안보에 마련한 야생농장에 심었다. 약초농장 ‘자미원’의 개간을 시작할 때니 벌써 6~7년 전의 일이다.

1998년부터 친지들과 함께 시작한 불법다단계추방 시민운동이 13년째에 이르던 2010년이었다.

당시 필자는 불법다단계에 빠져 재산을 잃고, 몸과 마음이 허물어진 피해자들을 위한 재기의 삶터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들과 함께 가난이 없고, 불법 다단계가 없는 우리들만의 ‘영토’를 기어코 만들고 싶었다.

그 같은 심정으로 친지들과 ‘자미원’ 농장을 넓혀가고, 블루베리(Blueberry) 등의 과수와 약초를 심기 시작했다. 이어 고객들과 함께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회사 연수원도 농장 주변에 짓게 됐는데, 그 이름이 바로 ‘정금나무 홍익인간 연수원’이다.

그 연수원에 모여 임야 5천여 평을 포함해 4만여 평의 ‘자미원’ 농장을 올해까지 일구었다. 그 영토에는 정금나무 등 과실수와 초석잠 등 약초 천 여종이 자라나고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무공해 과실과 약초들이 우리 친지들이 만들고, 보급하는 각종 건강식품의 원료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벽오동을 심는 부정(父情)의 마음으로 심었다고 말한 정금나무는 우리 한국의 토종 블루베리(Blueberry)다.

조상 대대로 우리 산을 지키며 우리 땅을 지켜 왔다. 맛과 영양에서도 미국이 자랑하는 3대 블루베리, 즉 하이부시 블루베리, 래빗아이 블루베리, 로우부시 블루베리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묘목을 구해 심었던 터라 첫 해의 수확량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자미원 농장서 약 3톤가량의 블루베리가 수확될 것으로 보이지만, 필자가 큰 기대를 갖는 정금나무 열매, 즉 토종 블루베리는 약 10kg쯤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토종 식물자원을 간직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입맛의 원천인 청양고추도 이미 우리의 것이 아니다. 1990년대 말 씨앗 특허권이 세계 1위 다국적 기업인 미국 몬산토(Monsanto)에 넘어가 청양고추 하나 먹을 때마다 미국에 로열티를 내고 있다.

그렇게 빠지는 돈이 수천억 원이나 된다. 농촌진흥청이 국회에 제출한 ‘로열티 지급 추정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10년간 외국으로 빠진 원예작물 로열티가 1457억 원이다.

그중 장미가 440억원, 버섯 379억원, 난(蘭) 224억원에 이르니, 우리의 씨앗이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고추뿐이겠는가. 전통 양념인 마늘도 우리의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국산 마늘의 주산지인 경남 창녕의 농가에서조차 중국산 씨마늘을 수입해 파종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언론보도다. 그래서 2020년에는 한 해에 무려 7900억원의 씨앗 로얄티가 나갈 것이라고 한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고 했다. 씨앗이 없으면 내년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마케팅 시장처럼, 우리의 종자시장은 외국기업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 스피노자(Spinoza)의 말이나, 벽오동을 심는 아버지의 심정처럼 필자 역시 한 그루의 우리 과실나무와 한 뿌리의 우리 약초라도 심고 가꾸어갈 예정이다.

그것이 우리의 맛과 영양을 지키는 길이며, 우리의 시장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이 필자와 친지들의 긍지요 자부심이다. 2017년 새해에는 ‘정금나무 홍익인간 연수원’에 더 많은 봉황새가 날아들어 홍익인간의 씨앗을 물고, 멀리 외국에까지 날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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