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9.9%가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원자재가 11.1%, 자본재가 9.9% 그리고 소비재가 7.8% 줄었다. 소비재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비내구 소비재의 수출액이 13.9% 증가한 덕분이다. 비내구재 소비자란 편익 기간이 1년 이내인 제품으로 의류나 서적, 위생용품 그리고 화장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 18.1억만 달러 '38.5%↑'

비내구재 중에서도 화장품은 압도적인 수출 증가율을 달성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18억1,2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5%가 늘었다. 특히 립스틱이 93.1%, 눈화장품이 49.0%의 증가율을 기록해 단연 눈에 띈다.

비누, 치약, 샴푸 등 화장품과 연관성이 깊은 목욕용품의 수출액은 1억7,100만 달러로 규모는 작지만 증가율이 42.1%에 달했다.

상반기 화장품 수출 실적을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의 수출액이 3억6,7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8.7% 증가했고, 중소·중견기업의 실적은 14억3,800만 달러로 증가율 38.3%를 기록했다. 전체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9.4%인 셈이다.

화장품 수출실적을 경제권별로 분석하면 선진국이 9억5,500만 달러로 52.7%의 비중을, 신흥국이 8억5,2000만 달러로 47.0%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 증가율은 선진국이 48.3%, 신흥국이 29.4%였고 특히 홍콩(68.9%), 미국(40.3%), 일본(36.9%), 중국(32.3%)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엽협회 심혜정 연구원은 'K소비재로 수출활로를 뚫자' 보고서를 통해 "한류 열풍으로 우리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한 가운데 소비재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홍보 노력이 두 자릿수 수출 증가세로 이어졌다"며 "K소비재 수출 증대를 위해 시장별, 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하고 FTA 활용, R&D 투자 확대 및 글로벌 표준화 전략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화장품 못 믿어" 중국의 견제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은 최근 몇 년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큰 폭의 수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산 사태 때문에 일시적이나마 대내외적으로 매출 증가세가 주춤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이 전년 수준을 넘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관세청 집계 기준,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29억1,0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55%에 이른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가장 큰 위협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갈등이다. 화장품 수출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라는 점,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비공식 수출이 이뤄지고 있고 국내 면세점 및 백화점, 관광상권 화장품 매장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관광객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드 논란의 유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지금까지는 화장품 분야에 있어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는 없었다. 화장품안전기술규범을 개정하고 해외직구 화장품에도 위생허가 취득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 규제 강화책으로 받아들여지긴 하지만 이는 한국만 겨냥한 조치도 아니고 정황 상 사드 갈등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진짜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부분은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보도가 현지 언론에서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망과 인민망 등은 산둥검역국 발표를 인용해 한국으로부터 수입된 화장품이 검역 검사에서 품질 문제로 불합격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등장한 산둥검역국 관계자는 양국 간 화장품 금지 제한 성분 목록에 차이가 있는 만큼 품질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한국의 영세한 생산업체들이 기능성과 안정성 평가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최근 들어 불법상인들이 위조상품이나 불량품을 중국으로 팔고 있다며 비판했다는 소식이다.

나아가 중국 중앙방송인 CCTV는 다롄해관이 3,000만 위안 상당의 한국 화장품을 밀수한 일당을 적발한 소식을 전하며 밀수 화장품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KOTRA 난징무역관 측은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의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믿음으로 제품을 구매해온데다 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최근의 부정적 뉴스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 기업들이 효과적인 품질관리 및 마케팅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최근 현지 언론보도들에 중국 당국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모 화장품기업 관계자는 "중국이 새삼스럽게 규정이나 정책을 바꾸긴 보단 밀수나 불량 제품에 대한 단속과 검사를 강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전파함으로써 한국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키우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며 "한국 화장품을 향한 관심과 수요를 로컬 브랜드로 돌리고 자국 화장품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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