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폐기물에 그려진 팝아트, “황폐화된 도시환경과 기성의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지다”

▲ 가로수길 ‘게릴라 미술전’ 작품 설치에 나선 콜로세븐(COLO7)과 그의 동료들.(사진=콜로세븐 임솔몬)
▲ 가로수길 ‘게릴라 미술전’ 작품 설치에 나선 콜로세븐(COLO7)과 그의 동료들.(사진=콜로세븐 임솔몬)

[뷰티한국 유승철기자] 스스로 ‘게릴라 전시’를 표방한 매우 이색적인 미술 전시회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열리고 있어 행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름 하여 ‘가로수길 게릴라전’.

제대로 된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도 아니다. 마치 황폐화된 도시환경을 고발 파괴하려는 ‘문화 게릴라’가 되려는 듯, 작가는 건축물폐기장에서 가져온 부서진 가구나 버려진 상자, 뜯어낸 문짝을 캔버스로 삼아 ‘팝아트’적인 그림으로 가로수길 나그네들과 대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

“모두가 쓸모없다고 버리는 건축자재 폐기물들이 이렇게 훌륭한 미술작품으로 둔갑할 수 있을까?”

회화적 표현기법은 물론 팝아트적인 내공이 남달라 보여, 화명(畵名) ‘콜로세븐(COLO7)’을 단서로 수소문 끝에 찾아낸 작가는 20대 초반의 미술학도 임솔몬. 미국의 명문 미술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카코SAIC미술대학(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 유학생이다.

▲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전시된 ‘콜로세븐(Colo7)’의 ‘가로수길 게릴라전’. “진실은 융통성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물건은 바뀐다”는 표제의 작품 곁을 지나는 가로수길 시민들.
▲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전시된 ‘콜로세븐(Colo7)’의 ‘가로수길 게릴라전’. “진실은 융통성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물건은 바뀐다”는 표제의 작품 곁을 지나는 가로수길 시민들.

고국을 찾아 가로수길에 그림을 펼친 그의 메시지는 ‘대가의 필력’을 의심할 정도로 강렬했다.

서구 언론이 ‘동양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라고 부른 백남준도 20대에 그랬을까 싶을 만큼, 기성사회의 고정관념을 뒤집으려는 ‘도전적 끼’ 역시 다분한 상태. 마치 피카소나 팝아트의 대가 앤디워홀이 물감으로 시대를 논하는 것과 같은 감각적 표현에도 거침이 없다.

“난 높이 뛰려는데 누구는 내가 바닥에 넘어지려는 줄 안다”... “이 친구는 다른 사람들한테 자기가 보고 있는 걸 보여 줄 수 있다”... “사람이 떨아지고 있네. 공중에 사람이 떠 있어, 엄마!” 등 전시된 50점의 작품들 속에는 그의 말대로 “젊음의 신나는 발악”이 담겨 있다.

▲ 전시된 작품중 일부. 전체 50편 모든 작품이 버려진 책상이나 장롱 등 폐가구 널판지 위에 그려진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 전시된 작품중 일부. 전체 50편 모든 작품이 버려진 책상이나 장롱 등 폐가구 널판지 위에 그려진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미국의 현대적 팝아트 영향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한국 미술계의 '젊은피'로 커갈만한 소질이 있어서일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술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움직임들이 늘어나는 게 보인다”고 밝혔다.

그래서 ‘콜로세븐(COLO7)’과 그의 친구들은 그림을 설치할 때도 특정 색을 띠는 마스크와 복장을 스스로 디자인해 입었다는 것.

하지만 본심은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 이번 ‘게릴라’ 작품 설치에 대해 그는 “대중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그림, 관객과 그림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광고 같은 회화 또는 회화 같은 광고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그는 눈을 두 번 깜박일 수 있다”는 표제의 작품이 버려진 폐합판과 작은서랍 위에 그려져 있다.
▲  “그는 눈을 두 번 깜박일 수 있다”는 표제의 작품이 버려진 폐합판과 작은서랍 위에 그려져 있다.

그는 이어 “미술은 음악에서든, 기업(브랜드)에서든, 일상에서든 문화 전반에 차지하는 범위가 확연하게 커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과 거리를 좁히려는 작가의 노력이 내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작업이 실천된 것 중의 하나가 이번 가로수길 게릴라 전시”라는 것.

7월29일부터 전시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8월8일이 마지막 날이다.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 미술애호가는 물론 일반인 관람객들에게도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만큼의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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